"강정마을 불법시위 단체 경력도 인정해주겠다는 거냐"

조선일보
  • 윤형준 기자
    입력 2018.01.05 03:03

    공무원들 "변호사·박사 아니면 민간 경력 인정되는 경우 드물어"
    관가·공시생들 사이에선 "시민단체 출신 '어공'만 혜택 본다"

    인사혁신처가 4일 발표한 '공무원 보수규정 개정안' 가운데 공무원의 시민단체 경력을 호봉에 반영키로 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군(軍) 복무 경력이 공무원 호봉에 반영되듯,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시민단체 근무 경력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은 급여를 받게 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관가(官家)와 공시생들 사이에선 "다른 경력 출신 공무원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시민단체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만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라는 말이 나왔다.

    시민단체 경력 어떻게 인정되나
    인사처에 따르면 새로 호봉에 반영되는 건 시민단체 상근(常勤) 경력이다. 보수를 받으며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해야 하고 무급 봉사나 비상근 근로 경력은 해당되지 않는다. 공무원이 되고 나서 맡은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시민단체에서 일했을 경우, 근무 경력 100%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업무와 무관한 경력도 50~70% 수준이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환경부 공무원이 과거 환경 관련 시민단체에서 일한 경력이 있을 경우 그 근무 기간 전부가 호봉으로 인정되는 셈이다. 다만, 공무원 연금은 별개라고 한다. 인사처 관계자는 "시민단체에서 10년을 일한 후 공무원으로 10년을 일했다면 공무원 연금에 산입되는 기간은 10년뿐일 것"이라고 했다.

    인사처가 시민단체로 인정하는 건 현행법상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된 곳이다. 상시 구성원 수 100인 이상, 최근 1년 이상 공익 활동 실적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행정안전부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는 총 1만3833개다.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자유총연맹 같은 단체뿐만 아니라 제주 강정마을에서 불법 시위를 했던 단체들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인사처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힘쓴 경력'을 호봉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직사회에선 "비영리단체 활동 경력으로 영리를 준다는 건 모순이다"라는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공무원은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박사 출신 등이 아니면 민간 경력이 반영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시민단체 경력이 변호사급인가"라고 했고, 또 다른 공무원은 "불법 시위를 한 단체에서 활동한 경력까지 호봉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한 국회직 공무원은 "'시민단체 정부'라는 말을 듣는 문재인 정부의 코드가 반영된 것 같다. 앞으로 시민단체 출신 공무원이 더 늘어나지 않겠느냐"라 했다.

    현행 공무원 보수규정도 공무원 업무와 관련한 민간기업 경력을 호봉으로 인정하도록 했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실제로 인정받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공무원 준비생들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엔 "나랏돈을 자기 사람 챙겨주기 위해 쓰겠다는 거냐" "모두 시민단체 하나씩 가입하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향수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민사회 경험을 더 활용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좋으나 일부만 특혜를 보는 안이 의견 수렴 없이 발표돼 관가의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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