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경력까지 공무원 호봉 반영

조선일보
  • 이민석 기자
    입력 2018.01.05 03:15 | 수정 2018.01.05 13:36

    상근 경력자 대상… 靑행정관·장관 정책 보좌관 등도 포함
    文정부에 시민단체 출신 대거 입성한 것이 영향 미친 듯
    官街 "비전문 활동까지 호봉 합산땐 공무원 사기 저하 우려"

    정부가 시민단체 근무 경력도 공무원 호봉에 반영하는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4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변호사 자격증, 박사 학위 등 특수 경력이 있거나 민간 기업 출신으로 각 부처 업무와 직접 연관이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호봉을 인정해 왔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업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시민단체 경력을 일괄적으로 호봉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반 공무원뿐 아니라 청와대 행정관, 장관 정책보좌관들도 시민단체 경력이 있으면 혜택을 받게 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내각에 시민단체 출신이 대거 입성한 것이 정부의 정책 변경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인사혁신처는 이날 공무원 보수 규정 개정안을 공개하고,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라 등록된 단체에서 상근(하루 8시간 이상 근무·유급)한 경력을 호봉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출신이 경력 채용 등을 통해 공무원 신분이 됐을 때도 경력을 적용해 호봉을 인정받게 된다. 현재 공무원 신분인 사람이 과거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있어도 해당 경력을 소급 적용해 호봉이 상향 조정된다.

    이에 대해 공직 사회 일각에선 "시민단체 활동처럼 비(非)전문 경력을 호봉에 합산하면 다른 일반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일부 공시생들은 "아무 시민단체나 들어가서 활동하기만 하면 공무원 호봉 혜택을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비정부단체(NGO) 경력을 정부가 인정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새 방안에 대해 "시민단체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힘쓴 경력도 공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호봉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민단체 1만3833곳(지난해 9월 기준) 중에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를 반대하는 불법 시위를 주도했다가 해군에 구상권 소송을 당했던 단체들도 포함돼 있다. 심사를 거치겠지만, 불법 행위를 해온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이 공무원 호봉으로 인정받을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시민단체 선정 세부 기준을 추후 마련하겠다"고 했다.

    개정안에는 공무원 보수를 전년 대비 2.6%, 사병 봉급을 87.8% 인상하는 안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이달 중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곧바로 시행된다. 국민의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캠코더' 인사 논란에 이어 시민단체 챙기기에 열을 올리는 정부의 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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