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 들인 부산 해수담수화 시설, 결국 고철덩어리 신세로 전락

    입력 : 2018.01.04 18:34 | 수정 : 2018.01.05 08:50

    노무현 대통령 때 시작, 3대의 정부에 걸쳐 ‘미래 신성장 산업 육성’ 대표 선수 중 하나로 공을 들이고 2000억원을 투입한 부산 기장의 ‘해수담수화 시설(해양정수센터)’이 결국 고철 덩어리 신세로 전락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조성된 해수담수화시설이 시설가동 책임사업자인 두산중공업의 철수로 지난 1일부터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해수담수화시설은 첨단 기술을 이용, 바닷물을 담수(淡水)로 만드는 시설로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미래가치 창출이 가능한 국토교통부 10대 과제’에 선정돼 정부 공모를 거쳐 지난 2009년 기장군에 착공, 지난 2014년 9월 완공됐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과 광주과학기술원, 부산시, 두산중공업 등이 공동으로 1954억원(국비 823억원, 시비 425억원, 민자 706억원)을 들여 지었다.
    정부 측은 당시 “선도형 해수담수화 시스템 기술을 개발, 2015년까지 30조원으로 예상되는 세계시장을 선점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경쟁을 거쳐 공모에 선정된 부산시 측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이 시설이 가동되면 부산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서 물산업의 핵심인 해수담수화 허브센터로 거듭날 발판을 갖게 된다”고 자랑했다.
    이 시설은 완공 이후 해수담수화 수돗물(하루 3만t 가량)을 생산, 기장군 기장·장안읍과 일광면, 해운대구 송정동 지역에 공급하는 등 본격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고리원전 부근에 있어 방사성 오염 위험이 있다”는 일부 시민단체·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계획대로 못했다. 부산시는 2014년 12월 이후 최근까지 고리원전 주변 바닷물과 해수담수화 수돗물 등에 대해 미국 국제위생재단(NSF) 등 국내외 8개 전문기관에 660여차례 수질검사를 해 ‘식수적합’ 판정을 받아 “안전한 수돗물”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주민 반대가 수그러들지 않아 지금까지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병입수돗물로 생산, 공공기관·각종 행사에 공급하는 등 ‘반쪽 가동체제’로 운영돼 왔다. 그동안 월 3억원 가량의 가동·관리비용은 두산중공업이 대부분을, 부산시가 일부분을 부담했다. 부산시 측은 작년 10월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기장군 지역 공단과 원전 지역 주변 등에 선택적 공급제를 실시, 가동을 확대하려 했으나 국토부와 합의가 안돼 무산됐다.
    그러다 두산중공업 측이 “더 이상 비용 부담을 감내할 수 없다”며 결국 완전 철수해 반쪽 가동까지 중단된 것이다. 두산중공업 측은 “지난 3년간 부담한 관리·운영비가 100억원을 넘는다”며 “더 이상의 부담은 회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철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 시장은 이날 회견에서 “해수담수화 시설 소유·운영권을 가진 국토부가 시설 유지관리비 예산 편성을 하지 않는 등 그 부담을 지지 않음으로써 시설 가동이 중단되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정부는 기장 해수담수화사업을 포기하는 것인지, 기장 앞바다가 청정하지 않다는 것인지 등을 대외에 공표하라”고 주장했다. 해수담수화 시설 운영·관리비는 연간 35억원쯤 든다. 부산시 측은 “부산이 부담해야 하는 11억원은 올해 예산에 반영, 확보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서 시장은 “2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된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이 흐지부지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국가의 책임”이라며 “부산시는 정부 차원의 해결책을 강력히 요구하며 정부가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지금처럼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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