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업&다운](95) 광장·김앤장, 금호타이어 '정규직 소송'서 민노총 법률원에 패소

조선비즈
  • 정준영 기자
    입력 2018.01.04 16:30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이 금호타이어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소송에서 국내 1,2위 대형 로펌(법무법인, 법률사무소 포함)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광장을 꺾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금호타이어 광주·곡성 공장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 132명이 금호타이어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해 12월 확정했다. 이 판결로 이미 정년을 맞아 퇴직한 근로자 등을 제외한 121명의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금호타이어는 주요 공정별로 사내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해당 업체 직원들을 통해 타이어를 제조해왔다. 근로자들은 지배·종속적 관계에서 금호타이어에 직접 근로를 제공해 온 만큼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거나, 최소한 위장도급으로서 파견법상 직접 고용의무를 져야한다며 2011~2012년 잇따라 소송을 냈다.

    1심은 협력업체들이 독립된 사업주체로 독자적인 운영을 해 온 점 등에 비춰 금호타이어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었거나, 근로자들이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은 그러나 근로자들이 금호타이어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며 결론을 뒤집었고,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 “금호타이어가 직접 고용해야” 7년 만에 승소 확정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민주노총 법률원의 신영훈(45·사법연수원35기) 변호사에게 소송 대리를 맡겼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행정·민사·형사는 물론 시국 사건에 이르기까지 각종 근로자들의 권리·의무를 다투는 소송을 대리해왔다.

    신 변호사는 “금호타이어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며, 이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금호타이어가 광주·곡성 공장 사내 협력업체들과 맺은 도급계약은 위장도급으로 그 실질은 근로자파견계약”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금호타이어가 사내 협력업체 모집·선정 과정에서 정상적인 입찰절차를 거친 사실이 없는 점 ▲협력업체들이 물적·인적 구성을 갖추지 못한 데다, 계약대로 도급비를 지급받지 않거나 도급계약이 끝나면 곧바로 폐업한 점 ▲금호타이어가 자사 비정규직 노조와 맺은 임금단체협약에 따른 소급 차액을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등 각종 수당, 성과금을 포함한 실질적 임금 지급 주체인 점 ▲금호타이어가 근로자들의 업무에 관한 지휘·감독을 하고, 근로시간 역시 정한 점 등을 부각했다.

    신 변호사는 “협력업체들은 금호타이어와 별도 회사인 것처럼 운영됐지만 사실상 종속 경영에 그쳐 근로자들과 맺은 개별 근로계약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금호타이어가 연말 성과금·무쟁의 타결금을 협력업체들에게 일괄 지급하거나 협력업체들이 쓴 전화번호의 명의·요금을 금호타이어가 부담한 점과 이미 도급을 준 공정에서도 필수 자산은 직접 관리한 사정 등도 강조했다.


    신영훈 변호사/법률신문 한국법조인대관
    그러나 1심은 “협력업체 대표들이 대체로 금호타이어 임직원 출신이거나 기존 협력업체 사업·인력을 그대로 물려받은 점, 협력업체들의 고유 기술이나 자본 등이 업무에 투입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외관상 근로자들과 금호타이어 사이에 근로관계가 있는 것처럼 볼 수도 있다”면서도 근로자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근로자 측은 2심에서 금호타이어가 노동당국으로부터 불법파견 관련 시정지시를 받고 이에 불복했다가 패소한 점을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금호타이어가 물량·방법·순서·내용·속도·장소 등 구체적인 작업수행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지시하고, 부적절한 작업 결과를 지적하거나 돌발·응급상황에서의 작업내용 변경 및 문제해결을 주도한 점을 입증할 자료도 보충했다. 그는 ‘작업지시는 도급의 범위나 내용을 지정해준 것에 불과하다’는 금호타이어 측 주장에 대해서도 “그 내용과 빈도에 비춰 구체적인 업무수행에 관여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2심은 신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1심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근로자파견 해당 여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면서 “근로자들은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금호타이어의 작업현장에 파견돼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1심과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도 “금호타이어의 협력업체는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작업·휴게시간, 근무태도 점검 등에 대해 금호타이어의 영향을 받았다”며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금호타이어의 협력업체에 고용된 뒤 금호타이어로부터 직접 지휘를 받은 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 광장, 김앤장 차례로 고배

    금호타이어는 1·2심은 광장, 3심은 김앤장를 선임했다. 광장은 기업구조조정 등 노동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설동근(47·30기) 변호사, UN 산하 국제노동기구(ILO) 파견근무 이력을 지닌 김용문(42·35기) 변호사 등을 투입했다.

    광장은 1·2심에서 “사내 협력업체들은 금호타이어와 별도로 설립돼 독립적인 사업 주체로 활동하고 있다”며 근로자들이 금호타이어를 상대로 근로계약관계를 주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청업체가 독립된 사업자 지위를 갖췄는지 여부는 원청업체와 맺은 도급계약이 단순히 노무대행을 위한 위장에 불과한지를 가리는 주요 기준이다.

    광장은 협력업체들이 ▲도급계약 이행을 위해 금호타이어와 담보계약을 맺은 점 ▲독자적인 취업규칙을 두고 채용·배치 및 조회, 결근, 휴가 등에 관한 근태관리권을 행사한 점 ▲직접 작성한 근태관리표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 점 ▲대표나 현장대리인이 상주하며 작업 지시 및 현장 관리 등을 맡아온 점 등을 주장했다. 협력업체들이 금호타이어와 독립된 사업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전략이었다.


    설동근(왼쪽), 김용문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홈페이지 캡쳐
    광장은 도급계약상 업무 외 근로자들에게 달리 부여된 업무가 없고, 공장 내 업무 시간, 작업 속도 등의 연동이 불가피한 이상 근로자들이 금호타이어가 정한 근로시간에 맞춰 근무하더라도 도급계약이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광장은 또 협력업체들과 금호타이어가 정상 도급계약을 맺은 만큼 근로자들이 파견근로 관계에 있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작업장에 결원이 생겼다고 이를 협력업체가 대신하게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금호타이어가 근로자들에 대해 지시·감독하는 지위에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1심은 광장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했지만 2심은 1심을 뒤집었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으로 교체했다. 김앤장은 대우그룹 노무담당임원 출신으로 노동법이론실무학회 공동회장, 고용노동부 자문 등을 맡고 있는 노동 관련 실무·이론을 겸비한 전문가 주완(58·15기) 변호사, 대법관 출신의 손지열(70·사법시험9회) 변호사 등이 나섰다.


    주완(왼쪽), 손지열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홈페이지 캡쳐
    김앤장은 “원심은 ‘상당한 지휘·명령,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여부, 독자적 업무배치권 행사, 업무구별, 사업경영상 독립성, 직접심리주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모순된 이유를 들어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이를 배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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