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독후감에서 '하루키'를 만나다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입력 2018.01.05 03:03

    외롭지만 힘껏 인생을 건너자, 하루키 월드
    외롭지만 힘껏 인생을 건너자, 하루키 월드

    장석주 지음|달|260쪽|1만4500원

    "하루키의 작중 인물들은 대개 알 수 없는 미스터리와 함께 혼란과 고독에 유폐된다… 외톨이로 남겨져 어둠의 가장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이윽고 고독과 상실을 넘어서는 모험에 나선다. '하루키 월드'는 고독과 상실의 세계이고, 그런 세계 속에서 구원을 모색하는 모험의 세계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9)가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낸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이 된 저자가 하루키 전작(全作)의 독후감을 풀어놓는다. 질 들뢰즈, 발터 벤야민 등을 인용해가며 '하루키 읽기'를 종용한다. 왜?

    하루키 소설 속 인물은 대개 혼자다. 가족은 공중분해되고, 당연히 처지는 좋지 않으나, 분기탱천하지 않으며, 극심한 좌절을 겪지도 않는다. 그저 살짝 비켜서거나 긴 여행을 떠날 뿐. '이대로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차갑고 청결한 장소에 가고 싶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쪽이든 남쪽이든 이 도시에서 조금이라도 멀리 벗어나는 일이다.'(장편 '기사단장 죽이기') 저자는 "소설에 맛이 있다면 하루키 소설은 봄날 햇빛의 맛"이라고 썼다. "살아 있음이 주는 기쁨과 상실로 빚어진 비애, 그리고 적당량의 멜랑콜리가 버무려져 있다. 그것은 밝되 슬프게 빛난다."

    '오타쿠 문화에 편승한 오락 문화'라는 폄훼에도 전 세계 독자가 두근대며 책장을 넘기는 이유는 이 맛일 것이다. "하루키 소설은 상실과 붕괴를 겪은 사람들조차 세상은 살 만한 것이라고 말하며 격려의 의미로 우리 어깨를 툭, 두드려준다." 그러니 이 청유형의 제목은 자체로 신년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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