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에 읽는 철학자의 犬 에세이

조선일보
  • 김성현 기자
    입력 2018.01.05 03:03

    철학자의 개

    철학자의 개

    레이먼드 게이타 지음|변진경 옮김|돌베개|292쪽|1만4000원

    호주 멜버른대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개에 대해서 쓴 에세이. 1946년 독일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호주로 건너간 저자는 그레이하운드 잡종인 '올로프'를 길렀다.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아버지하고만 살게 된 저자에게 올로프는 "가장 가깝고 진실한 친구"였다.

    올로프에겐 집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농장의 방목지를 돌아다니는 버릇이 있었다. 그게 화를 부르고 말았다. 함께 산 지 한 달 지났을 무렵, 올로프는 옆구리에 총상을 입고 돌아왔다. 몇 주 뒤에는 유리 조각이 박힌 고기를 삼켜 피투성이가 된 채 집 앞 울타리에 쓰러져 있었다. 결국 올로프를 땅에 묻었다. 저자는 "그 후 몇 주 동안은 가슴 속의 고통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고 회고했다.

    개에 대한 좋은 에세이는 적지 않다. 프랑스 작가 장 그르니에의 '어느 개의 죽음에 관하여'나 화가 김병종의 '자스민, 어디로 가니?' 같은 책이 그렇다.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기 전후의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인 필치로 그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철학자의 개'는 우리 곁을 지키는 개를 통해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진다는 점이 이채롭다. 인간이 세상을 떠나면 장례를 치른다. 개의 사체(死體)에도 그럴 만한 존엄성이 있을까. 애완동물은 땅에 묻어주면서 도로에서 발견한 동물의 사체는 지나치는 비일관성을 어떻게 설명할까 같은 질문들이다.

    철학자답게 일방적으로 짐승을 편들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무술년(戊戌年) '개의 해'이니 시의적절한 지적 훈련이 될 듯하다. 원제는 The Philosopher's 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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