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손짓만 했을 뿐인데… "한미동맹 불필요" "군사훈련 중단" 쏟아내는 文의 멘토들

입력 2018.01.04 14:11 | 수정 2018.01.04 16:26

문정인 "남북관계 풀리면 한미동맹 과도한 의존 불필요… 김정은 예측 가능해"
정세현 "北 회담서 한미연합훈련 축소 요구하면 받아야… 당분간 도발 안할것"
美 위협 탓 한반도 위험해진다는 北 논리 확대 재생산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조선일보 DB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물밑에서 이끌어온 외교·안보 분야의 원로 멘토들이 북한의 '화해 손짓'에 즉각 '남북 관계의 즉각 개선과 한미 동맹 축소'를 주장하고 나섰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제안과 남북 핫라인 재개통 조치가 정확히 어떤 의도를 담은 것인지, 해빙 무드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며 한반도 주변국 간 복잡한 셈법 속에서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 지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근간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 '큰손'들로부터 일제히 제기된 것이다.

문정인(67)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연세대 명예교수)는 4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남북 민간 교류 등 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간 핵 감축 대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김정은이 그렇게 비합리적이고 크레이지(crazy·미친)한 리더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김정은에 대해 "권력을 움켜쥐고 핵무장력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을 수 있다" "강단있는 지도자" "예측 가능하다"는 표현도 썼다.

문 특보는 또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신성시해와 누구도 건드릴 수 없었던 것으로, 단순한 연기나 일정 재조정이라도 의미는 상당히 있다"며 "북한이 화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북핵 미사일 문제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 문제로 우리의 역할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면서도 "우리가 북미관계 개선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면 (한반도)운전석에 앉을 수 있다고 본다"는 모순된 논리도 펼쳤다.

그는 최근 "남북관계가 풀리면 한미 동맹에 과도한 의존이 불필요하다"(1일 국민일보 인터뷰) "(북한의 도발 중단은)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쌍중단'의 결과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것"(4일 한겨레 대담)이란 말도 쏟아내고 있다.

문 특보는 본인이나 청와대 모두 '학자 개인으로서 활동할 뿐'이라고 하지만, 실제 문 대통령을 오랫동안 도와오면서 현 정부 외교안보 라인을 구성하고 이끈 핵심 실세로 알려져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를 가장 먼저 주장한 것도 그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조선일보 DB

진보 진영에서 '최고의 대북 전문가'로 통하며 문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를 이끌었던 정세현(73) 전 통일부 장관(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도 비슷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3일 jtbc 뉴스룸에 출연, 자신이 북핵 실험 때 북한이 '대화로 선회할 것'임을 예견했다면서, 이번엔 북한이 당국 회담에 나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전면 중단 혹은 올 하반기까지 연기와 대대적 축소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측, 이를 한미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계속 집요하게 (한미훈련 중단을)요구하면 우리도 비켜갈 수 없다"면서 "북한 얘기가 전혀 반영 안 되고 한미 간 협조가 안 되면 남북 회담이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아닌 미국을 향해 '경고'한 것이다.

조만간 북한의 추가 미사일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작심하고 평창올림픽을 밀어주고, 자기네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도 성대하게 치르고 싶어하는 속내를 신년사에 드러냈는데 분위기를 나쁘게 만들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두 사람 다 북한 지도부의 의도나 향후 행보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면서, 한반도 긴장의 원인이 한미 군사 동맹에 있다는 논리를 펴는 셈이다. 이 경우 북한의 추가 도발이나 핵무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논리를 우리 정부 핵심에서 공식적으로 생산해내는 것이어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이 같은 문 대통령 멘토들의 인식과 구상이 실제 외교·안보 정책에 적용될 경우, 국내 여론의 극심한 분열과 함께 한미 간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향후 '남북 해빙 무드'를 타고 북한이 전례대로 '평화'를 대가로 경협 등 현금성 지원 사업 요구를 하면서, 국제 대북 제재 공조를 지연·훼손시키며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자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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