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분할 없다" 대못 박는 이스라엘

    입력 : 2018.01.04 03:03

    팔레스타인 등에 분할 못하도록 관할권 강화 개정법 통과시켜
    유엔의 '2국가 해법' 사라질 위기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것" 팔레스타인 수반 강력 반발

    유엔은 수십 년 전부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평화적 해결 방안으로 예루살렘 등 영토를 분할해 각각 독립국가를 세우도록 하는 '두 국가 해결안(two state solution)' 방안을 추진해왔다. 양측 모두 영토에 대한 욕심을 조금씩 버리고 양보하라고 권유해 왔다.

    이 방안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 테이블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스라엘 의회가 2일(현지 시각) 예루살렘 내 지역을 분할해 팔레스타인에 양도하기 매우 어렵도록 '대못'을 박는 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의회는 이날 예루살렘의 일부를 분할해 팔레스타인 등 외국에 양도하려면 의회 전체 의석(120석) 3분의 2(80석) 이상 찬성해야 하는 법 개정안을 찬성 64표, 반대 52표로 통과시켰다. 기존 법은 의회 과반수(61석)만 찬성하면 예루살렘 내 지역을 팔레스타인에 이양할 수 있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예루살렘 전체를 점령한 이후 현재까지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국제법상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닌 분쟁 지역으로 남아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모두 예루살렘을 자신들의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선언한 지 한 달도 안 돼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에 대한 관할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중동권 전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조치에 팔레스타인은 강하게 반발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면서 "평화 협상은 끝났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법은 또 이스라엘 정부가 임의로 예루살렘 영토선을 재설정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예루살렘 행정 구역에서 팔레스타인인 밀집 거주지는 제외하는 대신 시 외곽 유대인 거주지를 합병해 예루살렘 전체 인구의 유대인 비율을 높이려는 의도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예루살렘에 대한 관할권이 없지만 훗날 이곳을 수도로 하는 독립국을 건국하기 위해 출산을 장려하며 예루살렘 거주 팔레스타인 인구를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토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인구 늘리기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임시 수도는 요르단강 서안(西岸) 도시 라말라다.

    이번 개정안은 의회 전체 120석의 과반(61석)이 찬성하면 다시 폐지하거나 재개정할 수 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강경 보수 연합 정당의 지지율이 노동당 등 야권보다 월등히 높아 재집권이 유력하다. 개정법이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예루살렘 발언으로 'BB(네타냐후 총리의 별칭)'의 팔레스타인 강경 정책이 탄력을 받고 있다"면서 "가까운 미래에 예루살렘의 지도가 다시 그려질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팔레스타인 원조중단 협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PA에 대한 원조를 중단할 수 있다"며 다시 한번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대해 PA 대변인인 나빌 아부 루데이나는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 국가의 영원한 수도이고, 금이나 돈으로 사고팔 수없다"며 "협박하지 말라"고 했다. 예루살렘을 둘러싼 갈등이 심해지면서 중동 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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