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손맛… "게장 맛보려고 1년전부터 줄서요"

조선일보
  • 이해인 기자
    입력 2018.01.04 03:03

    [서울 '장수가게'를 찾아서] [8] 광장시장 '순희네 반찬'

    추귀순씨 19세에 상경해 장사, 맛과 어마어마한 양으로 승부
    외국인 손님 늘자 회화 공부도

    서울 중구 광장시장에 있는 '순희네 반찬'은 50년째 같은 자리에서 손님을 맞는다. 주인은 전북 고창이 고향인 추귀순(71)씨. 추씨는 광장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던 큰오빠를 따라 열아홉에 상경했다. 얼마 후 오빠가 사업을 접고 추씨가 가게를 맡았다. 처음엔 채소와 나물을 내다 팔다 가자미식해와 김치를 만들어 내놨다. 매일 새벽 2~3시에 경동시장에 나가 재료를 사왔다. 싱싱한 재료로 만든 그의 반찬은 금세 입소문을 탔다. 손님이 늘어나자 반찬가게를 차렸다. 가게 이름에 들어간 순희는 추씨의 첫딸이다. 유명한 '순희네 빈대떡'의 순희도 같은 순희다. 1994년 추씨 친척이 반찬가게 인근에 빈대떡집을 열면서 가게 이름을 빌려갔다.

    "오랜만에 시장 나왔네. 친정어머니는 잘 계시지?" 지난달 28일 오후 추씨는 가게 앞을 지나던 한 여성에게 살갑게 인사했다. 유자차가 담긴 따뜻한 컵도 함께 건넸다. 추씨가 낯익은 손님들에게 끓여주는 유자차는 하루 200잔. 손님들은 추씨의 정(情)에 반하고 반찬의 양(量)에 끌린다. 5년째 단골이라는 주부 김모(68)씨는 "여러 반찬 가게를 다녀봤지만 이 집만큼 맛있고 양 많은 곳은 못 봤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낙지젓과 게장 등 반찬 10만원어치를 사갔다.

    광장시장 ‘순희네 반찬’ 사장 추귀순씨가 젓갈을 집어 가게 앞을 지나는 손님에게 건네고 있다.
    광장시장 ‘순희네 반찬’ 사장 추귀순씨가 젓갈을 집어 가게 앞을 지나는 손님에게 건네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순희네 반찬'에서 파는 반찬은 50여 가지다. 창란젓, 낙지젓 등 젓갈류는 산지에서 떼다 팔고 게장, 멸치볶음 등은 직접 만든다. 참게장은 1㎏에 4만5000원, 낙지젓은 1㎏에 1만5000원이다. 3㎝ 내외의 작은 방게장이 인기 메뉴다. 1㎏에 3만원으로 싸지 않은데도 예약이 1년 전부터 찬다.

    요즘 순희네를 찾는 손님은 외국인이 40% 정도나 된다. 오전에는 장 보러 나선 주부, 오후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 가게 앞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지나가자 추씨는 "오이시이(맛있다)"를 연발하며 이쑤시개로 반찬을 찍어 건넸다. 추씨는 "관광객이 늘어서 일흔 넘은 이 나이에 간단한 중국어와 일본어를 공부했다"고 말했다. 추씨가 서 있는 오른쪽 벽에는 '한국어-중국어-일본어' 순으로 '먹어보세요―츠바―다베테 미테 구다사이' 등 실전 일본어와 중국어 메모가 빽빽했다. 중국인은 낙지젓, 일본인은 창란젓을 많이 사간다.

    광장시장에서 채소를 팔던 억센 소녀는 어느덧 머리가 희끗한 광장시장 터줏대감이 됐다. 찬 바람을 맞으며 시장에서 일한 탓에 몸 이곳저곳에서 신호를 보내온다. 지난여름에는 무릎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받고 3개월간 입원하느라 가게를 비웠다. 그래도 큰 걱정은 없다. 둘째 딸 내외가 가게를 잇기로 했기 때문이다. 추씨는 "정말 어려울 때 광장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물건을 사주셨기에 여기까지 왔다"며 "이제는 딸 내외가 은혜를 갚을 차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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