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에 짜장면 10그릇 후루룩… 폭식 부르는 폭방

입력 2018.01.04 03:03

[초고속 '후뚱' 사회] [3]

한끼가 하루 권장 칼로리 3배
의대 교수 "계속 이렇게 먹으면 건강한 사람도 한달내 고지혈증"

"음식은 그저 '가득 달라'고 외쳐라."

'뚱4'라고 불리는 개그맨·개그우먼 넷이 출연하는 한 TV 프로그램 화면엔 이런 자막들이 반복적으로 뜬다. 하루 두 끼 식사를 '많이' 먹는 것이 방송 콘셉트. 방송 내내 더 맛있게, 더 많이 먹는 요령을 쉴 새 없이 제시한다. 많은 양의 음식을 한입에 털어 넣는 장면에서는 출연자들이 "이야~ 와!" 하고 환호성을 지른다.

폭방은 인터넷 개인 방송에서도 인기 프로그램이다. 10대가 주요 시청 층이다. 대식가로 이미 유명해진 BJ(방송 진행자)도 여럿이다. 대표적으로 유튜브 구독자가 180만명이 넘는 BJ '밴쯔'는 짜장면 10그릇(약 8000㎉·하루 권장섭취량의 3.1배)을 13분 만에 해치운다. 묘기에 가깝다.

본지가 한국영양학회에 폭방 출연자들이 한 회 동안 먹은 칼로리를 분석해달라고 의뢰한 결과, 최근 방영된 '버섯매운탕·화덕피자' 편에서 출연자들은 모두 2만7337㎉ 음식을 먹어 치웠다. 벌칙으로 한 끼 식사를 거른 출연자를 제외하면 세 명 평균 7372㎉ 열량을 섭취한 것이다. 두 끼만 먹었는데도 30대 남성 하루 권장섭취량(2400㎉)의 세 배가 넘는다.

이들 출연자가 섭취한 음식의 지방 비중은 33~40%. 지방 적정 섭취율인 7~20%를 훨씬 웃돌았다. 특히 나트륨 섭취량은 최대 1만8673㎎으로, 하루 권장 섭취량(2000㎎)의 9배 수준이다. 콜레스테롤도 1013㎎으로 권장 섭취량(300㎎)을 훌쩍 넘어선다.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출연자들은 기본적으로 고도비만이 있는 분들인데, 정상적인 사람도 이렇게 한 달간 섭취하면 고지혈증,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만성 피로, 관절염 등 각종 질환으로 건강이 망가질 수 있다"고 했다.

"삶이 팍팍할수록 식욕처럼 근원적인 욕구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폭방이 비만 사회의 주범이라고 지목하기는 어렵다"(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음식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식욕을 자극해 더 먹게 한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호바트앤윌리엄스미스칼리지 연구팀이 40명 실험 참가자에게 10분짜리 음식 프로그램을, 나머지 40명에겐 같은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준 뒤 10분간 다과 등을 자유롭게 먹게 했더니 음식 프로그램 시청자들이 50㎉를 더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에선 한국의 폭방문화를 'Mukbang(먹방)'이라는 고유명사로 지칭하면서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CNN은 최근 "먹방(mukbang)은 카메라를 켜놓고 과하게 많은 양의 음식을 마음껏 먹는 방송"이라며 "음식을 많이 먹는 게 인기를 결정하는 (한국) 먹방과 달리 해외에선 건강식 또는 채식주의자 음식을 소개하는 방송이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허핑턴포스트도 "한국의 먹방쇼는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데서 오는 즐거움만 보여주는 '푸드 포르노'"라고 했다. 포르노가 성행위를 자극적으로 보여주듯, 한국의 '폭방'이 식욕을 비정상적으로 자극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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