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의 역효과… 대학 청소근로자 일자리 되레 줄었다

입력 2018.01.04 03:10

대학들 퇴직자 자리 알바로 대체 "무리한 요구 감당하기 힘들어"
학생수 줄어 인력 덜 필요한데 매년 임금 올려달라 파업하고
근무지 옮기려니 석달 천막시위

지난해 7월 민노총 소속 이화여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본관을 점거했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한 때였다. 며칠 뒤 이대는 시급을 7780원으로 올려달라는 노조 요구를 수용했다. 민노총이 최순실 사태로 어수선하고, '촛불 총장'으로 불린 김혜숙 총장이 취임한 이대를 압박해 요구를 관철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 일은 최저임금 인상 요구의 도화선이 됐다. 연세대·홍익대 등 다른 대학들도 민노총의 임금 인상 요구를 수용했다.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났다. 올해 들어 서울 고려대·연세대 등은 학내 비정규직 청소·경비 근로자 일부를 3~6시간만 일하는 파트타임 직원으로 바꿨다. 정년퇴직으로 비게 된 자리를 파트타임직으로 대체한 것이다.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 대부분은 민노총에 속해 있다. 대학들은 "민노총이 매년 시위를 반복하며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을 맞춰주기 어렵다"고 했다. 민노총의 무리한 요구가 현실 노동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이다.

◇8시간 근로자를 3시간 알바로 대체

3일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연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세대가 청소·경비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세대는 청소·경비 직원 20여 명이 정년퇴직하자 이 자리를 파트타임직으로 대체했다. 기존 8시간 근무 대신 3~4시간씩 근무하는 형태이다.

3일 오전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민노총 소속 청소·경비 근로자들이 학교 측의 파트타임직 고용에 항의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3일 오전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민노총 소속 청소·경비 근로자들이 학교 측의 파트타임직 고용에 항의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상훈 기자
고려대도 정년퇴직한 10명 자리를 3~6시간짜리 파트타임직으로 채웠다. 홍익대는 건물 폐쇄로 청소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돼 4명을 해고했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말 감원 의사를 밝혔지만 노조 반발에 현 고용 인원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민노총은 '정년퇴직으로 비게 된 자리도 다시 같은 형태로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들은 난색을 보인다. 고려대 관계자는 "전체 청소 시간을 줄여 나갈 예정이라 파트타임 근로자를 고용한 것"이라고 했다. 연세대는 "예전에 비해 학생이 줄어 청소·경비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임금이 상승하며 예전 고용 규모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민노총은 2010년 이후 거의 매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와 파업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엔 법정 최저임금(6470원)보다 1310원 많은 시급 7780원을 관철했다. 근로자들은 시급 외에도 각종 상여금과 점심 식비 등 수당을 추가로 받는다. 파트타임직은 법정 최저임금만 지급하면 되고 수당도 따로 받지 않는다. 한 대학 관계자는 "노조가 올해도 임금 인상을 요구할 텐데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노총 '무리한 요구' 불만

연세대는 "이전에 근무하던 분이 해직되거나 남아 있는 분들의 근무 강도 등 근로조건이 나빠진 부분은 전혀 없다"고 했다. 홍익대와 계약을 맺고 청소·경비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한 용역업체는 "민노총 주장은 10명이 청소할 수 있는 것을 14명이 청소하자는 비효율적 이야기"라고 했다. 또 다른 용역업체는 "노조원 수가 줄면 파업이나 협상할 때 위력이 약해지니 더 신경 쓰는 것 같다"고 했다.

민노총이 용역업체와 맺은 단체협약에는 고용 승계 등의 조건이 들어있다. 7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고, 중간에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일부 계약에는 '청소·경비 업무를 하는 건물을 바꾸거나 근무시간 단축을 할 때는 노조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도 들어가 있다. 이를 어기면 학내 건물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인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건물을 이용하는 학생이 줄어 다른 곳으로 근무지를 옮겨달라 하니 석 달간 천막 시위를 벌이더라"고 했다. 한 용역업체 관계자는 "기존 계약대로 임금을 주기로 하고 일을 맡았는데 임금을 더 올려달라며 갑자기 파업하더라"고 했다.

이런 민노총 방식이 부담스러워 가입을 꺼리는 근로자들도 있다. 연세대에서 일하는 한 파트타임 근로자는 "노조는 알바 형태를 없애자고 주장하는데, 그럼 내 일도 사라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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