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문단, '72년생 ○○○'이 접수한다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입력 2018.01.04 03:03

    편혜영·이기호 등 잇따라 新作
    2000년 전후 데뷔, 국내문단의 허리 "한국 문학 경쟁력 더 높아질 것"

    지난해 출판계를 달군 '82년생 김지영'이 물러가고, 새해 '72년생 ○○○'이 몰려온다. 1972년 출생해 한국 문단을 떠받치는 허리 역할을 하게 된 일군의 작가들이 잇따라 신작을 들고 기지개를 켠다. 편혜영, 이기호, 박형서, 정이현 등이 그 주인공. 이들 모두 2000년을 전후로 데뷔해 굵직한 문학상을 받아온 중견 세대로, 원로와 신진의 가교를 담당하는 국내 소설계의 중추다. 공교롭게도 1972년은 UN이 정한 '책의 해'였다.

    먼저 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 등을 받으며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얻어온 편혜영(46)씨가 병원 내부 고발자를 다룬 장편 '어둠에 묻힌 방' 3월 출간에 이어, 하반기에 단편집을 선보인다. 최근 해외 반응도 활발하다. 지난해 발표한 장편 '홀'의 미국 뉴요커지(誌) 수록에 이어, 첫 장편 '재와 빨강'(2010)이 올해 미국서 출간된다. 김언수(46)씨의 추리 장편 '설계자들'(2010)은 상반기 호주서 나온다. 두 작가의 해외 판권을 담당하는 KL매니지먼트 이구용 대표는 "문학성·대중성을 고루 갖춰 해외 독자들도 충분히 사로잡을 것"이라고 했다.

    넉살과 유머로 충만한 이기호(46)씨는 단편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를 통해 유쾌한 서사를 펼친다. 반면 중편 '허엽기(記)―욥기 43장'에서는 죽음에 직면한 노인의 고해성사를 통해 인간의 죄와 신의 침묵에 대해 질문하는 다소 진중한 태도를 보여줄 작정이다. 특유의 발칙한 상상력을 박형서(46)씨는 노인 인구로 포화된 미래 대한민국을 배경 삼아 중편 '당신의 노후'에서 그려낸다. '시간은 결국 살아 있는 모두를 배신할걸세.' 소설은 최근 창궐하고 있는 '노인혐오'에 수준 높게 접근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활발한 창작과 동시에 편혜영(명지대)·이기호(광주대)·박형서(고려대)씨는 현직 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들의 유산을 물려받으며 새싹이 자라고 있다. 문학평론가 정과리 연세대 교수는 "이들은 개인 욕망을 사회적 틀로 전환해 감각의 확장에 기여한 작가군"이라면서 "이번 신작을 통해 신진 그룹과의 격렬한 경쟁이 불가피하고, 이는 한국 문학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시 여성의 삶과 감각을 세련되게 묘사해온 정이현(46)씨도 빼놓을 수 없다. 정씨는 올해 상반기 발간 예정된 경장편 '알지 못하는 신에게'를 통해 왕따 피해자의 자살 사건을 중심으로 사회 곳곳에 숨죽인 폭력의 이면을 들춰낸다. 연말에는 여고생 소프트볼 선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경장편 '단단하게 부서지도록'(가제)을 낼 예정이다.

    순문학 바깥에서도 72년생의 입김은 강력할 전망. 한국과 대만·일본 내 판매 부수 200만 부를 넘기며 판타지 소설계를 접수한 '드래곤 라자'로 대표되는 이영도(46)씨는 10년 만의 장편 '오버 더 초이스'로 귀환한다. 다음 달 온라인 플랫폼 브릿G에서 연재가 시작돼, 흡혈귀·늑대인간 등 여러 종족이 모여 사는 소도시를 중심으로 환경 재앙과 삶과 죽음의 문제를 건드리며 신인류의 탐색으로까지 주제가 확장된다. 황금가지 김준혁 편집장은 "컴백 소식만으로 이미 트위터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이 요동치고 있다"면서 "여름 단행본 시장 최대어로 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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