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과 거래의심 중국해운사… 한국배까지 사들여 국적세탁

    입력 : 2018.01.03 04:23

    北과 밀거래 의혹 '신성하이호' 한국서 벨리즈로 국적 옮겨 운항
    유류 건넨 혐의 파나마 선박 소속 회사는 중국 다롄에 위치
    제3국 깃발 달고 유엔 제재 피해 한국서 기름 싣고 공해상서 거래

    중국 해운회사들이 자사 운영 선박의 선적(船籍·배의 국적)을 제3국에 두는 '깃발 바꿔 달기'를 통해 안보리 제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본지 취재 결과, 작년 말 여수·평택항에 억류된 배들을 포함, 안보리 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선박들이 모두 선적을 옮겨 위반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에는 한때 '대한민국' 선적이었던 배도 있었다. 이 배들 가운데 일부는 선적을 옮긴 뒤 수시로 한국 항구에도 드나들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제재 위반 적발 후 선적 옮기기도

    북한 선박에 유류를 건넨 혐의로 지난달 평택·당진항에 억류된 유조선 '코티(KOTI)'호는 파나마 선적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이 배는 작년 상반기까지 말레이시아 선적이었다.

    작년 6월쯤 파나마로 깃발을 바꾼 후, 배의 활동 반경도 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에서 한반도 주변으로 옮겨왔다. 아태 지역 항만국 통제위의 자료에 따르면 이 배는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 주소를 둔 회사 '다롄훙양선박관리유한회사'에 소속돼 있다. 중국 회사가 제3국 깃발로 배를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선박 정보 웹사이트 '플리트몬'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 여수 여천항에 입항했다가 억류된 유조선 '라이트하우스 윈모어(LIGHTHOUSE WINMORE)'호도 한때 마셜제도에 선적을 뒀었다.

    미국으로부터 안보리 제재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제3국 선박 6척의 상황도 비슷하다. 미국이 지난달 안보리에 제재를 요청하기 전까지 파나마 선적이었던 배 '카이샹(KAI XIANG)'호는 현재 시에라리온으로 깃발을 바꿔 달았다. 아태 지역 항만국 통제위의 자료에 따르면 이 배는 중국 산둥성에 있는 '산둥퉁다국제선박관리유한회사' 소속이다. 중국의 보호로 안보리 제재 대상 등록도 피한 채, 새로운 깃발과 이름으로 운항을 계속하고 있다.

    작년 8월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로 수출하다가 미국 정보 당국에 적발된 배 '위위안(YU YUAN)'호는 토고 선적으로 알려졌다. 이 배도 재작년 상반기까지는 캄보디아 선적이었다. 파나마 선적으로 알려진 '오리엔트 션위(ORIENT SHENYU)'호는 재작년에만 두 번 선적을 옮겼다. 피지→시에라리온→파나마로 선적을 2년간 3번 옮기면서 대북 제재 위반에 가담하게 됐다.

    미국으로부터 제재 위반 의심을 받고 있던 배 중에는 한때 '대한민국' 선적이었던 배도 있다. 북한과 밀거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신성하이(XIN SHENG HAI)'호는 작년 상반기까지 우리나라 해운회사가 소유한 대한민국 선적의 배였다. 그러나 작년 6월 중국 회사가 이 배를 사들인 뒤 벨리즈로 선적을 옮겼다.

    제3국 깃발로 한국도 드나들어

    이렇게 깃발을 바꿔 단 배들이 한국을 수시로 드나든 사실도 본지 취재로 확인됐다. 특히 유류 거래 허브인 여수 여천항에 오간 배가 많았다.

    평택·당진항에 억류된 유조선 '코티'호는 작년 6월쯤 파나마 선적으로 옮긴 뒤 우리 항구를 부쩍 자주 찾았다. 8~12월 5개월 동안 확인된 우리 항구 입항 기록만 9번 있었다. 여수 여천항을 6번, 평택·당진항을 3번 찾았는데 그중 8번은 유류를 싣기 위한 목적이었다. 안보리 제재 대상으로 등록된 또 다른 유조선 '빌리언즈 넘버 18'호도 작년에만 27번 여수 여천항을 드나들었다.

    물론 이 배들이 여수에 올 때마다 안보리 제재 위반 행위를 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여수에 억류된 홍콩 선적의 유조선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의 경우 여천항에서 싣고 간 유류를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삼정2호'에 넘겨주는 영상이 포착됐다. 다른 두 대의 유조선도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유류를 싣고 가서 북한 선박에 넘겨줬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다른 혐의를 받고 있는 배도 한국 입항 기록이 확인됐다. 원래 한국 선적이었던 '신성하이'호는 중국 회사로 넘어가 벨리즈 깃발을 달게 된 이후인 작년 하반기 인천·여천·부산·포항항에 각 1번씩 입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무래도 북한과의 지리적 근접성이 있기 때문에 안보리 제재를 위반해서 상거래를 하는 제3국 선박들이 우리 항구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어 경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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