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줄줄 샌다, 빛바랜 '태양의 도시'

    입력 : 2018.01.03 03:11

    [오늘의 세상]

    - 서울, 흉물 된 신재생에너지 현장
    5억원 들인 마포구 풍력발전기 5기, 전기생산량은 年 10만원
    태양광 쓰레기통 고장나 옆에 포대 설치… 초기부터 관리 엉망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옛 풍문여고 인근 쓰레기통 앞에는 커다란 포대가 놓여 있었다. 지나가던 한 시민이 쓰레기통이 아니라 앞에 달린 포대에 쓰레기를 던지고 갔다. 제 기능을 잃은 이 쓰레기통은 2015년 서울시가 500만원을 들여 설치한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이다. 쓰레기통 윗면에 달린 태양광 전지판에서 전기를 모아 압축기를 작동시켜 쓰레기를 누르는 원리다. 그러나 고장이 자주 나면서 쓰레기통 자체가 '500만원짜리 쓰레기'가 됐다. 일대 환경 미화를 담당하는 종로구청 관계자는 "태양광 쓰레기통이 역할을 못 해 8만원짜리 포대를 따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은 500만원(2개 세트)으로 40만원인 일반 휴지통에 비해 12.5배 비싸다.

    못쓰는 태양광 쓰레기통과 풍력발전기
    못쓰는 태양광 쓰레기통과 풍력발전기 - 서울 종로구의 태양광 쓰레기통이 잇따라 고장 나자 구청에서 바로 앞에 포대를 설치했다. 한 시민이 태양광 쓰레기통 대신 포대에 쓰레기를 넣고 있다(왼쪽).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5기 중 4기가 멈춰 서 있다. 기능을 잃은 일부 신재생에너지 시설에 세금이 낭비된다는 지적이다. /성형주·박상훈 기자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태양광 쓰레기통 4개도 방치돼 있었다. 태양광 쓰레기통은 압축기가 무거워 사고 위험이 있다. 입구를 닫고 열쇠로 잠가야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4개를 모두 살펴보니 입구가 열려 있고 작동도 되지 않았다. 한 미화원은 "매일 4~5번 쓰레기통을 비우기 때문에 압축 기능은 애초에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수백만원 태양광 쓰레기통, 쓰레기로

    서울시는 이 같은 태양광 쓰레기통을 광화문광장 등 도심 곳곳에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생활 속 태양광 사업을 적극 펼쳐 가로등, 벤치 등 거리 시설물에 대거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는 이 같은 태양광 사업에 2022년까지 총 1조7039억원을 들일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이라는 '장밋빛 함정'에 빠져 엄청난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태양광 사업처럼 장치나 설비가 기본이 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사후 관리와 유지가 중요한데 '전시성 행정'의 도구로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에서도 태양광 사업 일부가 실제 효용성보다는 홍보에 치중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시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시설은 실제 발전이 목표가 아니라 시민들에게 신재생 에너지의 중요성을 알리는 상징적 의미"라고 말했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비싼 신재생에너지 관련 제품을 보급만 해두고 관리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전시행정"이라고 말했다.

    ◇"시끄럽다" 민원에 풍력 날개 꺾어놔

    쓰레기 신세 된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
    이 같은 우려는 시가 2011년 설치한 마포구 상암동 풍력발전기에서도 확인된다.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에는 높이 수십m 되는 풍력발전기 5기가 우뚝 서 있었다. 4기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1기는 20초에 한 번씩 날개가 힘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발전기 앞에는 '풍력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입니다. 여기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하늘공원 내 각종 시설물 등의 전력으로 사용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발전량과 누적 발전량을 알려주는 전광판은 아예 꺼져 있었다.

    이 발전기들은 시가 5억원을 들여 설치했다. 설치 후 6년간 방치돼 있다가 지난해 현황 조사에서 5기 중 4기가 고장 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풍력 발전이 가능한 풍속은 초속 4m 정도다. 월드컵공원을 관리하는 시 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서울 연평균 풍속은 초속 3m 미만이라 발전이 어렵다"며 "돌아가는 발전기도 소음 때문에 민원이 많아 꼬리날개를 꺾어 놨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발전기가 생산하는 연간 전기는 1000㎾ 이하다. 돈으로 환산하면 10만원이다. 시는 지난달 7000만원을 들여 1기를 고쳤으나 전원 문제로 여전히 가동은 불가능하다.

    태양광과 풍력을 동시에 이용한다는 '하이브리드 보안등'도 처지가 비슷하다. 대당 700만원이 넘는 하이브리드 보안등 138개가 설치돼 있으나 생산되는 전력은 거의 없다. 신창수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관리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며 "관리 시스템부터 정착시켜야 세금이 낭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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