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출산 파업'… 핵심은 돈과 시간 문제다

  •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 2018.01.03 03:14

    [아이가 행복입니다] [제1부-한국인의 출산 보고서] 超저출산 사태: 전문가 진단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 사회의 재생산에 빨간불이 켜졌다. 파업을 하기로 다 같이 결의한 적은 없으나 작금의 사태를 '출산 파업(罷業)'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이 땅의 청년들은 살아가기 버거워 자녀를 낳아 키울 여력이 없다. 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덜 풍요롭고 불안정한 삶을 경험하면서 '이런 삶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택 아닌 선택을 한다. 오죽하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나의 모성애'라는 주장까지 나올까. 탄생이 결국 아이에게 행복이 될 수 없으리라는 고심 끝에 내린 고통스러운 결정이 '비출산(非出産)'이다.

    살아가기 버거운 이유는 폭넓게 이해되어야 하겠으나 핵심을 짚자면 '돈과 시간'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부터 줄 세우기와 무한 경쟁에 내몰린다는 것은 결국 제한된 파이를 두고 다툴 수밖에 없는 세상임을 의미한다. 기성세대는 한국 경제가 확장되는 시기를 살아왔다. 그 와중에 일부는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젊은이들은 이런 시기가 끝났다는 것을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고 있다.

    선진국들도 비슷한 경로를 걸어왔다. 그들이라고 파이가 나날이 커지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연대의 정신으로 복지국가를 준비했다. 일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구하지 못할 때, 출산을 하거나 병에 걸리거나 혹은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때 그 어떤 경우라도 주변에 시혜를 구걸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보듬어 주는 국가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소득이 있을 때 그 수준에 걸맞은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내야 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구호를 머리 위에 내걸어 놓았지만 이들에게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저임금에 야근이 일상적인 직장에 다니면서 치솟는 집값을 감당 못 해 맘 편히 제 몸 누일 곳조차 없다. 청년 세대는 이런 사회의 재생산을 거부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출산 파업'… 핵심은 돈과 시간 문제다
    젊은 세대가 자녀를 낳지 않는 첫째 원인이 돈 문제라고 해서 육아기에 얼마간의 지원금을 주는 것으로 저출산 대책에 갈음할 수는 없다. 젊은 세대가 자녀를 낳지 못하는 둘째 이유는 시간 부족 때문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모든 성인은 소득을 위해 노동을 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여성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장시간 노동이 일상적인 형편에서 여성에게 일과 가정을 양립하라고 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주문이다.

    출산 파업은 이런 정책의 참담한 실패를 의미한다. 남성은 장시간 노동에 묶어 놓은 채 여성이 자녀 양육을 책임지면 국가가 이를 보조해준다는 프레임을 청년 세대는 거부하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는 자명하다. 근로시간을 줄여 남녀 모두에게 생활시간을 돌려주는 '일·생활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여성과 남성이 경제활동뿐 아니라 양육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성(性) 역할 분리를 해소한다는 '새로운 사회 계약'이 성립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재생산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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