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세력에 대한 배신감에… 경제 무능력에… 거리로 나선 이란 사람들

조선일보
  • 노석조 기자
    입력 2018.01.03 03:03

    - 이란 반정부 시위 왜?
    경제난·청년 실업률 25% 넘어서… 시리아 등 종파 챙기다 경제 방치
    실업자 모아서 IS 격퇴전 파견도

    청년들 "시리아도 이라크도 아닌 우리는 이란을 위해 죽고싶다"

    이란 반정부 시위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난이라고 국제 정세 싱크탱크 스트랫포는 분석했다. 이란은 미국과의 핵 협상 타결로 2016년 경제 봉쇄가 해제됐다. 제재가 해제되며 해외 동결 자금 1000억달러(약 106조원)를 찾았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가 대규모 투자도 재개했다. 그럼에도 경제는 체감할 만큼 호전되지 않았다. 45%에 이르던 인플레이션이 10%로 줄었지만, 실업률은 10%에서 12%로 오히려 악화했다. 청년실업률은 공식 통계로만 25%를 넘어섰다. 제재 해제의 혜택을 '이슬람 혁명 세력'이 독식했기 때문이다. 이슬람 혁명이란 1979년 종교 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가 파흘라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신정일치의 이슬람 공화국을 수립한 정변을 말한다. 종교를 앞세운 혁명 기득권 세력은 군과 정보 엘리트 조직인 이슬람 혁명 수비대, 석유·천연가스·건설업 등 주요 기업을 장악하고 있다.

    이란 국민, 왜 폭발했나
    하산 로하니(70)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어떤 단체도 권력을 이용해 이권을 독차지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했다. 국가 재정은 늘었지만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은 원인으로 기득권 혁명 세력을 지목한 것이다. 로하니는 혁명 세력과 지지 기반이 다르다. 청년·여성 등 개혁·개방파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2013년 대통령에 당선돼, 2017년 5월 재선(再選)에 성공했다.

    이란 국민은 제재 해제로 확보된 자금이 민생 개선에 집중되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가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이란은 시리아 정부와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등 이른바 '시아파 초승달 동맹'에 대규모 군사 원조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리아에 대한 이란의 지원은 2013년 36억달러에서 지난해 200억달러로 6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예멘의 수니파 정부와 내전 중인 후티 반군에 대한 지원도 2억달러에서 8억달러로 확대했다. 혁명 세력이 군·안보와 관련해 대통령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란은 또 청년 실업자로 민병대를 구성해 시리아 내전과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이 벌어진 이라크에 파병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시위에서 '시리아도 아니다, 이라크도 아니다, 우리는 이란을 위해 죽고 싶을 뿐이다'는 구호가 나온 것은 정부의 무리한 대외 지원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시위에선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이슬람 공화국은 끝났다"는 구호도 나왔다. 대통령보다 위에 있는 정치·종교 최고 지도자를 직접 공격하고 체제를 전복하겠다는 구호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혁명 기득권 세력이 '종교·종파'를 앞세우며 무능하게 국정을 운영하는 것에 국민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시위 양상이 자신에 대한 직접 공격으로 이어지자, 하메네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최근 며칠간 이란의 적들이 뭉쳐 이란에서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시위 배후에 있다는 뜻이다.


    총기로 무장한 이란 시위대, 경찰서 장악 시도… 최소 21명 사망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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