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없는 北, 판문점 연락 시도에도 '묵묵부답'…韓-美 반응 지켜보나

    입력 : 2018.01.02 16:59 | 수정 : 2018.01.02 18:03

    北 첫 회담 제의 자체는 어떤 식으로든 수용할 가능성
    유리한 회담 형식과 시기, 장소, 의제 놓고 고민하는 듯
    美 '냉담한 반응'과 韓 '발빠른 환영' 사이 혼란 겪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시사 등 남북 관계 개선의 운을 띄운 뒤에도, 북한이 실무선에서 이를 진행시키거나 후속 조치에 돌입하는 움직임이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당일 청와대의 '환영' 논평에 이어 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후속 조치 지시, 그리고 통일부 장관의 고위급 당국회담 제의 등으로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다시 공이 북한으로 넘어간 셈이지만, 2일 오후 현재까지 북한은 우리 측 실무 접촉 제안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2일 오전 9시와 오후 4시 두 차례 평소처럼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북한 측이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이 오후 2시 브리핑에서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회담을 하자"고 구체적인 제안을 한 뒤에도 북측은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김정은 신년사 이후 북측에서 나온 대남 메시지는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이 "남조선 당국은 외세를 등에 업고 동족 과 대결하는 매국 반역 정책을 걷어치우고 민족 자주의 길에 들어서야 한다"고 한 것 뿐이다. 늘 하던 말이지만 신년사 내용과는 정반대의 생뚱맞은 이야기다.

    정부는 김정은의 신년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9일 판문점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면서도 "시기와 장소,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현 시점에서 내놓을 카드는 다 내놓은 셈이다. 북한이 이에 호응할지 숙고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도 자신들에 유리하거나 김정은의 제안을 극대화할 시점과 장소, 형식과 모양새를 갖추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북한이 '실무 준비'를 하느라 늦어지는 게 아닐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적극 추진해온 만큼, 김정은의 신년사를 환영한 것은 북한으로선 예측했을 일이다. 신년사 발표 뒤 한국 내 여론 동향의 구체적 향배나 우리 정부의 '대접'이 어느 정도로 나올지 조금 더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무엇보다 김정은의 신년사가 '핵 위협을 중단하지 않겠다'며 미국의 반응을 떠본 만큼, 미국에서 당장 이렇다 할 반응이 나오지 않자 뜸을 들이며 향후 스텝을 저울질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 후 계속 핵·미사일 도발을 해온 김정은이 처음으로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형식으로 던진 '유화 공세'에 대해 "지켜보자(We will see)"고만 했다.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접촉 방침에 협조하되 북한의 제의엔 직접 나서지 않고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 문제도 미국이 확답을 주지 않은 상태다. 현재 미 정부 안팎에선 김정은의 이번 신년사를 '떠보기'나 '추가 도발에 앞선 명분 쌓기'로 보는 냉랭한 반응이 대세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일 새해를 맞아 당과 국가의 책임일군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숭고한 경의를 표시했다고 2일 보도했다. 2018.01.02. /노동신문

    그러나 김정은이 먼저 "지금은 서로 등을 돌려대고 자기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니며 북남이 마주 앉아 남북관계 개선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 출로를 과감하게 열어나가야 할 때"라고 밝힌 만큼, 북한이 회담에 다시 조건을 내걸거나 또 다른 이유를 들어 제의를 거둬들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으로선 미국을 상대로 대북 제재 완화나 핵 보유국 인정 같은 큰 '숙원'이 있지만, 지금 남북 관계에서 그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먼저 밝힌 셈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일단 큰 틀에서 대화 제의에 호응하더라도 내부적으로도 걸림돌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남북이 오랜 경색을 겪어온 만큼 당국자 회담으로 마주앉을 경우,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실무 협의를 넘어 큰 틀에서의 남북 관계 문제나 안보 현안 등으로 대화가 확대될 통로가 마련된다는 점은 북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회담에서 올려질 의제나 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에 비칠 북한의 모습 등을 두고 치밀한 계산을 한 뒤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북한이 우리 제안인 '고위급 회담' 대신 체육 현안 관련 '실무 회담' 등으로 수정 제안을 하더라도 웬만하면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남북 경협이나 국제 제재 완화를 주장하기 위해, 폐쇄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지역을 접촉 장소로 역제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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