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南 최문순·北 문웅, 2주일전 중국서 '평창 참가' 접촉했다

조선일보
  • 정우상 기자
    입력 2018.01.02 03:04 | 수정 2018.01.02 07:30

    [김정은 평창 참가 시사하자… 청와대 "시기·장소·형식 관계없이 대화" 환영]

    靑 "환영 입장, 美와 협의 거친 것"
    이달 15일엔 중국 쿤밍에서 6월엔 평양, 10월엔 강원도에서 남북 축구 교류도 합의
    與圈 "대화 시작됐다" 들떠… 지난 1년 北도발엔 '묻지마' 기류
    제재로 인한 '비핵화 대화' 아닌 핵 완성 전제로 한 北 의도에 성급하게 말려들 우려도

    최문순 강원지사, 문웅 北축구단장.
    최문순 강원지사, 문웅 北축구단장.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놓고 남북 관계자가 최근 중국에서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을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일부와 국정원이 여러 경로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 등 남북 대화 가능성을 타진했고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공개적으로 답변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통해 북한 측에 올림픽 참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지사는 지난달 19일 중국 쿤밍(昆明)에서 열린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서 북한 문웅 단장을 만나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문화교류단이 참가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최 지사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는 남북 관계 개선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했고, 문 단장은 긍정적 응답을 했다고 최 지사가 전했다. 문웅 단장은 차관급으로 북한 체육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최 지사는 본지 통화에서 "문 단장에게 평창올림픽 참가를 제안하기 전에 통일부와 협의를 했다"며 "북한이 올림픽 참가에 긍정적 의사를 갖고 있다는 점을 통일부에 사후 통보했다"고 말했다. 최 지사는 이어 "김정은의 신년사는 우리의 평창올림픽 참가 제안에 대한 공식적 답변"이라고 해석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때 황병서·최룡해·김양건 깜짝 방문(사진 위).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땐 여성 응원단 파견(사진 아래) - 2014년 10월 당시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위 사진 왼쪽부터)이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김 통일전선부장 오른쪽은 류길재 당시 통일부장관. 아래 사진은 2003년 8월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북한 여성 응원단이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장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때 황병서·최룡해·김양건 깜짝 방문(사진 위).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땐 여성 응원단 파견(사진 아래) - 2014년 10월 당시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위 사진 왼쪽부터)이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김 통일전선부장 오른쪽은 류길재 당시 통일부장관. 아래 사진은 2003년 8월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북한 여성 응원단이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장면. /남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뷰나 연설을 통해 북한에 올림픽 참가를 수차례 제안했었다. 하지만 통일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북한과 직접 접촉해 올림픽 참가 논의를 한 것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최 지사는 평창올림픽과는 별도로 남북 간 축구 교류에도 합의했다. 이번 달 15일 중국 쿤밍에서 강원 FC와 북한의 4·25 체육단이 경기를 할 예정이다. 두 팀은 6월에는 평양, 10월엔 강원도에서 축구 교류를 갖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지사 외에도 통일부와 국정원 등이 남북 접촉을 시도해 왔다"며 "앞으로도 통일부 등 공식 통로를 통해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김정은 신년사 발표 이후 6시간 40분 만에 공식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박수현 대변인은 "남북 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 관련 사안이라면 시기·장소·형식에 관련 없이 북한과 대화 의사가 있음을 밝혀왔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 직접 당사자로서 남북이 책임 있는 위치에 앉아 남북 관계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환영 입장은 한·미 간 협의를 거친 내용"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평창 참가 시사만 보고 성급하게 '대북 정책 성과'를 거론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북 압박·제재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게 목표"라며 "압박의 최고점에 와 있을 때 북한도 국면 전환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접점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의 목표는 북한을 비핵화 대화에 나오게 하는 것인데, 청와대는 핵 완성을 전제로 한 북의 대화 제의를 제재 효과인 것처럼 얘기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대화와 남북 관계 개선이 이뤄진다면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여권 핵심부에서는 남북 관계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들이 이어져 왔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남북 관계만 개선되면 우리가 한·미 동맹에 과도하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며 "여러 정보를 종합하면 북한이 '올림픽 판은 깨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읽힌다"고 했다. 청와대는 대화가 시작되면 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에서 제안했던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청와대 뜻대로 움직일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기술적 보완을 위해 언제든 추가 발사를 할 준비가 돼 있다. 정부 일각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일단 묻어두고 대화에 나서자"는 기류도 있다. 하지만 '묻지마 대화'에 매몰될 경우 한·미 동맹이 균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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