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核 오만… "평창 갈테니 한미훈련 중단하라" 요구

    입력 : 2018.01.02 03:12 | 수정 : 2018.01.02 07:04

    2018 신년사 분석… 전문가 "정부가 북한 참가 매달리는 약점 활용해 한미동맹 흔들기"

    北, 시급히 만날 수 있다고 했지만 '평창 참가=공짜 아니다' 메시지
    우리 요청에 3월 훈련 연기한 미국
    한국이 北 요구대로 움직이게 되면 韓美 갈등에 南南 갈등 가능성
    진보선 벌써 "훈련 중단 검토해야", 전문가 "한반도 운전대 넘기는 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핵을 가진 자의 여유'를 보여주는 모습을 연출했다. 미국에 대해 "결코 우리를 상대로 전쟁을 걸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한국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할 수 없는 '평창 카드'를 흔들었다. 동시에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며 평창 참가가 공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우리 정부가 평창과 남북 대화에 매달리는 약점을 최대한 활용해 한·미 동맹을 흔들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잡겠다던 '한반도 운전대'를 오히려 김정은이 쥔 모양새"(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라는 말도 나왔다.

    올림픽 참가 선물 요구한 北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올해가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 있는 해"라고 했다.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9월 9일)이자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해라는 것이다. 특히 평창올림픽에 대해선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덕담'까지 했다.

    이어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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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성규 기자
    하지만 동시에 김정은은 "남조선 당국은 미국의 무모한 북침 핵전쟁 책동에 가담하지 말라"고 했다.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 중단, '미국의 핵장비·침략 무력'을 끌어들이는 행위 중단도 요구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올림픽 참가 명분으로 한·미 군사훈련과 미 전략 자산의 순환 배치 중단을 압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또 "북한은 평창올림픽 참가가 남측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 보상으로 대북 경제 제재 해제, 인도적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훈련 문제로 美와 갈등 가능성

    이 같은 북한의 군사·경제적 요구는 모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 기조를 거스르는 것이다. 한·미 갈등은 물론 남남(南南) 갈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통상 3월에 시작하는 한·미 연합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은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으로 평창올림픽 기간을 피해 4월 말에 시작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동맹국의 요청이니 연기에 응했지만 서운한 상태"라고 했다. 한국이 추가로 연합 훈련이나 전략 자산 전개에 소극적으로 나오면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연합 훈련 연기로는 부족하고 축소·중단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연구소는 "북이 핵과 평화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공을 넘김으로써 한·미 간 갈등 유발 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연초 '대남 평화 공세'는 일종의 '연례행사'라 과도한 기대를 갖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연초에 도발을 거른 적이 거의 없고, 설사 회담이 열려도 '근본 문제 미해결' 등 갖은 핑계로 대화를 깬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정은은 2015년 신년사에서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최고위급 회담(정상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해 북한은 목함지뢰·포격 도발을 일으켰다. 2016년 신년사에선 "누구와도 마주 앉아 민족 문제, 통일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닷새 뒤 4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김정은 "핵 미사일 양산·배치하라"

    김정은은 이번 신년사에서 "핵탄두들과 탄도로켓(미사일)들을 대량생산해 실전 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 시험 발사(고각)와 실전 발사(정각)를 거친 화성 계열의 중·장거리 미사일들을 본격 양산·배치하겠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아직 (재진입 등) 기술적 완성은 아니기에 올해도 계속 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에는 잠시 도발을 멈출 수 있지만, 핵 무력의 진정한 완성을 위해 결국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대북 제재망을 더 견고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의 화성 계열 미사일은 대당 부품이 수만개 필요하고, 대부분 밀수를 통해 조달한다"며 "우리가 북한의 미사일 시험은 못 막아도 제재만 잘하면 양산은 막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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