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和萬事成'이 무너진다… 늘어나는 존속살인

조선일보
  • 윤수정 기자
    입력 2018.01.02 03:04 | 수정 2018.01.02 07:30

    존속살해가 전체 살인의 5%… 미국·영국의 3~4배 수준
    부양 부담느낀 '老老살인' 급증, 책임감·죄의식도 옅어져

    예전엔 드물었던 가족 상대 범죄가 크게 늘었다. 방범카메라 확대 등 사회 전반의 범죄 예방 노력은 계속되고 있는데, '가족 내 안전'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정성국 박사의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비속)살해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06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존속살해 사건은 381건이다. 같은 기간 전체 살인 사건의 5%로 미국(2%)과 영국(1.5%) 등의 3~4배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지난해 9월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존속범죄 현황'을 보면, 2013년 1141건이었던 존속 상대 살해·폭행·감금·협박 등은 매해 늘어 2016년에 2배(2235건)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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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양인성 기자

    전문가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책임감 없이 가족을 구성하고 자녀를 낳은 이들도 그만큼 늘었다"고 지적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누군가는 져야 할 가족 의무는 여전한데 책임 의식은 약화되고 대체할 규범이 없다. '광주 3남매 화재 사건'처럼 미숙한 부모가 개인의 행복이 충족되지 못한 분노를 유약한 자녀에게 푸는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배울 기회도 점차 사라진다. 예전엔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에서 이를 체득했지만, '구시대적'이라고 치부되며 이를 가르치고 배울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개인의 행복감을 강조하다 보니, 가족 같은 전통적 공동체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없다"며 "가정을 그냥 강압적인 가부장제라고 생각하게 되면, 반발심이 폭력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범죄 대상으로 친족을 고르는 것에 대한 죄의식이 옅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세대는 학교에서 입시와 성적, 직장에서는 가족보다 일을 우선하게끔 배우면서 목적을 최우선에 둔다"며 "자신의 이익에 걸림돌이 되면, 가족을 제거해야 할 장애물로 여기는 데 거리낌이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빨리 진행된 산업화가 '위험한 가족'을 양산했다"고 지적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충분히 시간을 두고 산업화가 이뤄진 영국 등은 국가가 가족 내 돌봄 의무를 맡는 형태에 익숙하다. 우리는 여전히 가족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부양받는 것에만 익숙하다 보니 가족 간 돌봄, 특히 경제적 지원에 대한 기대나 여력이 충족되지 않을 때 큰 분노와 실망을 느낀다는 것이다. 유독 국내에서 '돈' 때문에 가족을 죽이는 사건이 빠르게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고령사회로의 진입은 이런 문제를 심화시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평생직장이 사라진 최근에는 평생 부양에 부담을 느껴 늙은 부모를 살해하는 '노―노(老―老) 살인' 역시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가정 내 일탈 행위를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하고 외부 개입을 지나치게 꺼린다"며 "고준희양 사건 등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지면 막을 수 있었던 일들을 개인주의라는 이름으로 방치해 두고 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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