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52] 중국의 축지술(縮地術)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입력 : 2018.01.02 03:1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중국이 두렵다.

    덕담을 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우울한 얘기로 새해를 열려니 마음이 많이 무겁다. 지난해 우리는 중국의 결코 대국답지 않은 몽니에 홍역을 치렀다. 우리 대통령이 국빈 방문을 하고 나서도 중국 지자체들이 한국 단체 관광을 허락하느니 마느니 우리 상인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중국의 저열함에 얼마나 더 휘둘려야 하나 안타깝다.

    10여년 전 중국과학원 초청으로 베이징 학술대회에 참가했을 때였다. 회식을 마치고 밤늦게 숙소에 돌아와 보니 누가 복도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과학원 동물학연구소의 젊은 연구원이었다. 낮에 내 특강을 들었다며 자기를 내 연구에 참여시켜 달라고 간청했다. 후줄근했지만 눈초리만큼은 살아 있던 그에게 나는 당시 한국과학재단 한·중 공동 연구에 지원해 받은 연구비 500만원 전액을 보내주었다. 그랬던 그가 몇 년 전 유라시아 조류 진화 연구에 나를 초대했다. 착수 모임을 자그마치 윈난성 샹그릴라리조트에서 열 정도로 거대한 프로젝트의 수장이 된 것이다.

    AI와 드론을 비롯한 거의 모든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개발이 눈부시다. 마치 제갈량이 축지술을 부리듯 놀라운 속도로 기술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2017년 8월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을 앞지르고 AI 분야 세계 1위로 등극하겠다는 인공지능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중국의 축지술은 기업과 국가의 조화로운 분업에서 나온다. 당장 써먹을 기술은 기업이 주로 개발하고 국가는 원천 기술의 밑거름이 될 기초과학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생 조류 연구 모임에 중국과학원 부원장이 10분짜리 축사를 하러 베이징에서 윈난성까지 날아와 연구비를 매년 30%씩 증액해주겠다고 약속하고 돌아갔다. 기술뿐 아니라 기초과학에서도 중국이 우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저열한 졸수(拙手)가 호기로운 고만(高慢)으로 바뀌는 날 그런 중국을 어찌 감당할지 정말 두렵다. 단체 관광 허가 따위에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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