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상대로 南·南, 한·미 균열 노리고 나온 김정은

      입력 : 2018.01.02 03:20

      북한 김정은은 1일 신년사에서 다음 달 평창올림픽을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라며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림픽)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며 남북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제안은 지난 11월 ICBM 으로 평가받는 화성-15형 발사 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을 때부터 예상됐던 것이다. '핵 무력을 완성했고 돌이킬 수 없게 됐으니 대화하자'는 것은 북이 핵무장 스케줄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은 '핵 기정사실화 + 대화 공세'가 미국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김정은은 미국을 향해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이 위협이 아닌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은 자기 주장일 뿐이다. 미국은 아직 북이 핵 ICBM을 완성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김정은은 한두 차례 더 핵실험이 필요하고 ICBM 탄두 재진입을 실증해 보여야 한다. 그때까지 미국이 군사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둬야 한다. 그 용도로 한국의 새 정부를 이용하는 것이다.

      북한은 직전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엔 단 한 명의 선수도 보내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입상할 수준이 못 되기 때문이다. 메달을 정치 선전에 이용하는 북 입장에서 평창은 체면을 구길 올림픽이다. 그런데도 북이 평창에 오겠다는 것은 그 의도가 너무도 분명하다. 김정은의 계산대로 청와대는 이날 "김 위원장이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를 밝히고 남북 당국 간 만남을 제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예견된 대로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여하고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열린다고 해도 북핵이 폐기될 리 없다. 오히려 북의 핵무장에 정치적·시간적 여유를 줄 것이다. 많은 우리 국민이 이제는 이런 사실을 간파하고 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남·남 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역시도 김정은의 계산대로다.

      미국은 북핵 폐기와 상관없고 거꾸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남북대화 재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한·미 동맹을 고려해 인내하겠지만 북의 핵무장 완성이 레드라인을 완전히 넘는 것까지 수용할 수는 없다. 어느 순간에 한·미 균열이 본격화할 수 있다. 김정은의 머릿속에는 이 계산도 당연히 들어있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의 거듭된 대북 제의를 철저히 무시해왔다. 그러다 '핵 무력 완성' 선언 후 유화적으로 나오고 있다. 남북대화를 하더라도 '핵은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북핵은 우리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다. 올림픽과는 비교할 수 없다. 북의 올림픽 참가를 막거나 남북대화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 다만 북의 어떤 남·남, 한·미 이간 책동에도 넘어가지 않고 북핵 폐기 없이는 남북 관계에 미래가 없다는 확고한 자세를 지켜야만 한다. 정부가 과연 그럴 의지가 있는지 곧 드러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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