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개구리 장갑', 한국 빙상 대선배의 작품

    입력 : 2018.01.01 03:04

    [올림픽, 요건 몰랐죠?] [10] 개구리 장갑아, 넌 어디서 왔니

    개구리 발처럼 끝부분이 둥글
    알베르빌 金 김기훈 교수 "특수액 '에폭시' 발라 마찰력 없애 코너링 때 손 짚어도 속도 그대로"

    '개구리 장갑'
    쇼트트랙 선수들의 왼손 장갑은 특이하게 생겼다. 손가락 끝이 둥글게 돌출된 모습이 마치 개구리 발 같아서 '개구리 장갑〈사진〉'이라고 부른다. 쇼트트랙의 상징물 개구리 장갑은 누가, 어떻게 만든 걸까.

    쇼트트랙은 코너를 얼마나 매끄럽게 도느냐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는 종목이다. 111.12m의 경기장 중 곡선 구간이 53.41m(48%)나 된다. 평균 시속 45㎞ 이상으로 곡선 주로를 통과하면 몸과 빙판 각도가 30도 정도로 기울어지는데, 이때 코너에서 빙판에 손을 짚는다.

    문제는 빙판에 손을 짚으면 마찰 때문에 속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해결책을 고민한 팀은 한국이었다. 쇼트트랙 스타 출신 김기훈(51) 울산과학대 교수에 따르면 처음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장갑 위에 테이프를 감았다. 기대보다 마찰력을 줄여주는 효과가 적었다. 빨간 페인트를 칠한 '공사장용 목장갑'을 끼고 대회에 출전한 일도 있다. 그다음 대회 때 외국 선수들도 똑같은 목장갑을 구해 끼고 나와 기겁했다고 한다.

    현대적 '개구리 장갑'의 발명은 우연에서 시작했다. 김기훈은 이렇게 기억한다. "(쇼트트랙이 시범 종목이었던) 1988 캘거리 동계올림픽 전이었어요. 그때는 스케이트화가 흐물거리는 재질이어서 발목 부분에 에폭시를 발라 고정시켰죠. 에폭시 액이 남았길래 호기심 차원에서 장갑에 발랐더니 딱딱한 데다 마찰력도 없고 슥 미끄러지더군요. 이거다 싶었죠."

    에폭시(epoxy) 수지는 나무, 금속 등의 접착제로 쓰는 물질이다. 한국은 1988 캘거리올림픽 때부터 에폭시로 만든 개구리 장갑을 끼고 나갔다. 생소한 물질이 쇼트트랙의 풍경을 바꿔놓은 것이다. 김기훈은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때 개구리 장갑을 끼고 나가 1000m와 5000m계주 금메달을 따 냈다. 한국 선수들이 쇼트트랙을 지배하면서 세계 쇼트트랙 선수들에게 개구리 장갑은 필수품이 됐다. 이젠 선수들의 '셀프 제작'이 아닌 어엿한 제품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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