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외친 학자가 원자력안전 수장 됐다

    입력 : 2017.12.30 03:02

    원안위원장 강정민… 신고리 공론화 과정서 건설 중단측 참여
    최근 기고서 "원전은 北미사일 타깃, 탈원전이 안보에 이롭다"
    콘텐츠진흥원장엔 김영준… 탁현민 데리고 일했던 '골수 親文'

    강정민 원안위원장, 김영준 콘텐츠원장.
    강정민 원안위원장, 김영준 콘텐츠원장.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차관급인 원자력안전위원장에 강정민(52)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 선임 연구위원을 임명했다. 강 위원장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원전 건설 중단을 주장했었다. 탈원전 성향 인사를 원안위원장에 올린 것이다. 또 지난 정부에서 최순실 사건에 연루돼 논란이 일었던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는 문화계 대표적 친문(親文) 인사로 꼽히는 김영준(55) 전 다음기획 대표가 임명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강정민 신임 원안위원장에 대해 "원자력 안전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원자핵공학자"라고 밝혔다. "원자력 안전 정책의 투명성과 소통을 강화하고 독립 기구로서 원안위의 위상을 높일 적임자"라고도 했다. 강 위원장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근무하다 카이스트 초빙교수를 거쳐 2015년부터 미국의 환경운동 단체인 NRDC에서 일해왔다.

    강 위원장은 그동안 한국이 핵물질 농축·재처리 기술을 가져선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파이로 프로세싱(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과 고속로 연구에 대해선 "경제성이 없다"며 비판했다. 이 때문에 원자력업계에서 '아웃사이더'로 평가받았다.

    강 위원장은 또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론화 과정에서 '건설 중단' 측 패널로 참여했다. 지난 10월 언론 기고에서는 "남한 내의 원전들은 북한 미사일의 타깃"이라며 "탈원전이야말로 국가 안보에 이롭다"고 했다. 2016년에는 사용 후 핵연료가 저장되어 있는 고리 3호기 저장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우리나라 절반이 피난 지역이 되고, 최대 2000만명이 피난을 가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과학계에서는 강 위원장이 취임하면 원안위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원안위는 "탈원전 정책은 에너지 정책이기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라고 밝혀 왔다. 하지만 강 위원장 체제에서는 원전에 사소한 고장이 나도 가동을 중단시키고, 재가동 불허로 원전을 폐쇄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임명된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대해선 '코드 인사' 지적이 나왔다.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81학번인 김 원장은 이른바 '운동권'으로 활동하며 민중가요 테이프를 제작·판매했다. 1990년부터 가수 정태춘 매니저로 활동하다 95년 다음기획을 설립해 윤도현 밴드와 김제동, 김C 같은 연예인들을 키웠다. 탁현민 청와대 선임 행정관도 이 회사 매니저와 본부장으로 일했다. 김 신임 원장은 이라크 파병 반대와 광우병 집회 등에 적극 참여했고, 18·19대 대선 땐 문재인 캠프에서 일했다.

    한류(韓流)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그간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정치권 인사들이 원장을 맡았고, 송성각 전 원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됐다.

    문화계에선 "정치권력과 연루돼 곤욕을 치른 진흥원에 또다시 정치색 짙은 사람을 수장으로 임명하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 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음지에 있다 갑자기 양지로 나오니 경황이 없다"며 "공식 소감은 곧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차관급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에 권태성(56) 권익위 기획조정실장을 임명했다. 부산 출신으로 국무조정실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장,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실장,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