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스케이팅에 '피겨'는 없다?

    입력 : 2017.12.29 03:03

    [평창 D-42] [올림픽, 요건 몰랐죠?] [8] 피겨의 유래

    피겨(figure) 뜻 중 하나가 '도형'
    스케이트날로 그린 도형 보고 점수 매긴데서 종목名 따왔지만
    지금은 점프 등 기술로만 평가

    그때 그 시절의 피겨 동독 선수들이 컴펄서리 스케이팅 연습을 한 후, 빙판 위 도형 모양을 확인하고 있다. 1964년의 모습이다.
    그때 그 시절의 피겨 - 동독 선수들이 컴펄서리 스케이팅 연습을 한 후, 빙판 위 도형 모양을 확인하고 있다. 1964년의 모습이다. /독일연방기록물보관소
    피겨 스케이팅은 그 화려함, 우아함 덕분에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린다. 피겨(figure)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숫자, 인물, 도형 등이 포함돼 있다. 사람·동물 형상의 장난감도 피규어(figure)라고 부른다. 왜 피겨란 이름이 붙었을까.

    피겨 종목은 1908년 런던올림픽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었다. 초창기 피겨 종목은 컴펄서리(compulsory·필수) 스케이팅과 프리(free) 스케이팅으로 구성됐다. 컴펄서리 스케이팅은 선수들이 스케이트 날로 얼음 위에 지정된 모양을 그리는 방식으로 치렀다. 예컨대 한 선수가 모양 똑같은 숫자 '8' 을 여러 차례 그리면 심판이 얼마나 정확한 원(circle)이 만들어졌는지 평가하는 식이다. 즉 피겨는 '도형(圖形·figure)'을 그린다는 말에서 시작된 이름이다.

    1947년까지 치른 피겨 대회에선 선수마다 도형을 12개(왼발·오른발 6가지씩) 그렸는데, 경기부터 채점까지 무려 8시간이 걸리기도 했다고 한다. 1968년까지는 컴펄서리 스케이팅의 배점(60%)이 프리 스케이팅(40%)보다 클 정도로 중요했다.

    그러나 TV 중계가 늘어나면서 화려한 점프·스텝 요소가 있는 프리 스케이팅과 달리 컴펄서리 스케이팅에 대해선 '지루한 프로그램'이란 인식이 늘어났다. 모든 선수가 같은 도형을 그리고 평가받다 보니 변별력도 떨어졌다. 1970년대 이후 컴펄서리 스케이팅 비중은 점차 줄었고, 결국 1990년 ISU(국제빙상연맹)는 "선수들의 창의력을 가로막는 시간 낭비"라며 공식 대회에서 컴펄서리 스케이팅을 아예 없앴다. 역설적이지만, 피겨 스케이팅에서 '피겨'(도형)가 사라져 버린 셈이다.

    대회에선 사라졌지만 컴펄서리 스케이팅은 여전히 중요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따르면 컴펄서리 스케이팅은 현재 피겨 스케이팅 승급 심사의 한 과목으로 포함돼 있다.

    빙판에서 스케이트 날로 도형을 그리는 동작이 에지(edge) 사용 등 스케이팅 기본기를 기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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