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北核·미사일엔 입 닫고… 보수정권 대북정책만 때려

    입력 : 2017.12.29 03:03

    [통일부 TF 보고서 발표]

    "개성공단 중단은 초법적 행위… 재개 모색하고 준비할 필요"
    근로자 임금, 核자금 유입 뻔한데 "근거없는 당시 靑 의견일 뿐"
    태영호 前공사 망명 발표 비판 "北 정보 정치적 이용 금지해야"
    北 인권문제 언급 통일교육엔 "정치적 편향성 증대시킨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가 28일 내놓은 '통일부 정책혁신 의견서'는 5·24 대북 제재 조치와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주요 대북 정책에 대해 "적법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고, 남북 경협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켰다"고 했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군사 도발이 이 같은 고강도 조치의 배경이었다는 점은 외면한 채 '남북 교류·협력만이 답이다'는 식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특히 개성공단에 대해선 '평화의 지렛대' '남북 평화·상생의 상징' 등의 표현을 쓰며 "재개를 모색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종수(맨 앞) 위원장 등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 위원들이 28일 정부 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이명박 정부의 5·24 대북 제재 조치 등이 절차적 정당성 없이 이뤄졌다’는 대북 정책 점검 결과를 발표한 뒤 퇴장하고 있다.
    김종수(맨 앞) 위원장 등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 위원들이 28일 정부 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이명박 정부의 5·24 대북 제재 조치 등이 절차적 정당성 없이 이뤄졌다’는 대북 정책 점검 결과를 발표한 뒤 퇴장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임강택·최혜경·고유환·임을출·김준형 위원. /오종찬 기자
    개성공단 중단이 '초법적'?

    혁신위는 작년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해 "정부가 밝힌 날짜보다 이틀 전인 2월 8일 외교안보 수석이 통일부 장관에게 대통령 (구두) 지시라며 (개성공단) 철수 방침을 통보했다"며 "2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사후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대외 정책은 국무회의 심의 사항인데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는데 구두로만 이뤄졌다"고 했다. 가동 중단 결정이 '초법적 통치 행위'로 이뤄진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대북·외교정책에서 대통령의 '초법적 통치 행위'는 역대 정부에서 폭넓게 인정돼온 부분이다. 1·2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주요 대북정책들이 대부분 '초법적 통치 행위'의 결과였다. 혁신위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보수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만 다른 잣대를 들이댄 셈이다. 서강대 김재천 교수는 "주요 대북정책의 최종 결정은 결국 대통령의 몫"이라며 "혁신위의 논리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내년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제안한 것도 초법적 행위이니 문제가 된다"고 했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 발표 내용과 비판
    가동 중단을 부른 北 도발엔 눈감아

    전문가들은 "혁신위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이 내려진 엄중한 안보 상황과 국제 정세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는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2월 7일)로 한반도 주변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다. 통일연구원 관계자는 "북한이 2013년 공단 폐쇄를 위협하며 우리 인원 7명을 인질로 억류한 적이 있다"며 "국민의 생명 보호가 최우선인 대통령 입장에서 신속한 공단 철수는 부득이한 측면이 크다"고 했다.

    혁신위는 또 "공단 가동 중단의 주요 근거로 내세운 개성공단 임금 전용(의혹)은 구체적 정보나 충분한 근거, 관계기관의 협의 없이 청와대의 의견으로 삽입됐다"며 "당시 근거로 참고한 문서도 주로 탈북민의 진술과 정황에 기초한 것으로 객관성과 신뢰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천안함·연평도 도발 아직 생생한데…
    천안함·연평도 도발 아직 생생한데… ‐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했던 천안함의 함수가 인양되는 모습(위 사진). 그해 11월 23일 북한의 포격을 받은 연평도 곳곳에서는 화염과 연기가 치솟았다(아래 사진). /이덕훈 기자·독자 제공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임금 전액(달러)이 평양으로 송금되고 근로자들은 임금의 10~20%에 해당하는 쿠폰을 받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상식적으로 이 돈은 대부분 김정은 통치 자금과 핵·미사일 개발비로 쓰일 개연성이 크다"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를 입증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했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도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북한 정권의 자금이 결국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가능성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 인권교육도 '편향' 낙인

    이 밖에 혁신위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언급한 통일 교육에 대해서도 "북한 실상 바로 알리기 명목으로 안보 교육이 확대되며 (정치) 편향성이 증대됐다"고 비판했다. 김승 전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은 "인류 보편의 문제인 인권 문제를 언급한 게 어떻게 정치 편향이 될 수 있나"라고 했다.

    혁신위는 또 통일부가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과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망명을 발표한 데 대해 탈북 사안을 공개하지 않던 관례와 배치된다며 "북한 정보 사항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지난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병사 탈북 사건도 숨겼어야 하느냐"며 "혁신위의 논리대로라면 2000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4월 10일)를 총선 사흘 전에 한 것도 문제 삼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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