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 오시면 '파드레 코레아노 호세'를 찾아주세요

    입력 : 2017.12.29 03:03

    스페인으로 떠나는 이찬우 신부, 산티아고 첫 한국인 常住 사제로
    "신자·비신자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고민 들어드리겠다"

    "내년부터 산티아고 순례 오시는 분들은 '파드레 코레아노 호세'(한국인 요셉 신부)를 찾아주세요."

    연간 5000명 이상의 한국인이 찾는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종착지에 한국인 천주교 사제가 상주(常住)하게 된다. 주인공은 인천교구 부천 상동성당 주임 이찬우(69) 신부. 이 신부는 정년(70세)을 1년 앞두고 30일 은퇴 감사 미사를 드리고 새해 1월 16일 현지로 떠난다. 이 신부는 순례길 마지막 코스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상주하는 첫 한국인 사제가 된다.

    이 신부가 현재 사목하는 부천 상동성당 앞 등대 모양 조형물 앞에서 두 팔을 활짝 펼치고 순례객을 맞는 포즈를 취했다.
    내년부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한국인들에게‘등대’가 생긴다. 이찬우 신부가 현지에서 상주하게 된다. 이 신부가 현재 사목하는 부천 상동성당 앞 등대 모양 조형물 앞에서 두 팔을 활짝 펼치고 순례객을 맞는 포즈를 취했다. /김한수 기자
    27일 상동성당에서 만난 이 신부는 "설레고 기대된다"고 했다. 이 신부는 산티아고행(行)을 자원했다. 은퇴 후를 고민하던 이 신부는 "문득 한국인이 그렇게 많이 방문한다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한국 사제가 없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결심했다"고 했다.

    지난 8월 교구장 정신철 주교에게 의견을 밝혔고, 흔쾌히 승낙을 받았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교구장에게 편지를 보냈더니 "바로 와도 좋다"는 답장이 날아왔다. 이 신부의 산티아고행은 불과 3개월 만에 모든 절차가 끝났다. 서로가 원한 결과였다. 출국을 앞두고 포털 사이트 다음에 '산티아고 순례길의 호세 신부'(http://cafe.daum.net/Joseph33)도 열었다. 벌써 하루 200명씩 방문객이 쇄도하고 있다.

    이 신부는 천주교계에서 '엄친아'로 꼽힌다. 중학생 때부터 부모님께 학비 걱정 끼쳐 드린 적 없는 우등생이었고, 가톨릭대를 졸업한 후엔 로마 우르바노대에 유학해 교회법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했다가 다시 교황청 요청으로 교황청립 외교관 학교를 졸업했다. 교황청은 외교관으로 양성하려 했으나 이 신부는 귀국을 택했고, 가톨릭대와 인천가톨릭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인천가톨릭대 총장을 마친 후 자원해 11년 동안 일선 성당에서 사목했다. 그로서는 신학교 교수, 성당 사목에 이어 '사제 인생 3막'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외교관 학교 때 여러 외국어를 배운 것이 산티아고로 가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지금도 독일어 빼고 유럽 각국 언어는 웬만큼 구사할 수 있거든요."

    이 신부는 우선 1년간은 대성당에서 도보 10분 거리 사제관에서 생활할 계획이다. 내년 5월쯤엔 800㎞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도 직접 걸어볼 생각이다. 현지 사정을 살핀 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서 정기적인 한국어 미사도 드리고 고해성사도 할 계획이다.

    이 신부는 산티아고 생활에서 가장 중심에 둘 것으로 '경청(傾聽)'에 방점(傍點)을 찍었다. 그는 "순례길 걷는 분들은 고민, 고통, 전환점 등 인생의 고비를 겪는다고 들었다"며 "천주교 신자, 비신자 구분 없이 길을 걸으며 느낀 감동을 비롯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드리겠다"고 했다.

    "사제로 산다는 것은 신자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하느님의 모습을 삶에서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산티아고 생활을 앞두고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한국 사제 하나가 거기 있다는 것, 그 존재가 찾는 이들에게 위로와 힘, 격려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본분을 다하는 것 아닐까요."

    미리 작성한 유언장에 "장례 미사 땐 '이찬우 신부는 사제로서 기쁘게 살다 행복하게 떠났다'고 강론해달라고 적었다"는 이 신부는 "귀국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건강한 동안 거기 살다가 쓰러지면 야고보 성인 곁에 잠들면 되지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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