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6·25 영웅, 딸은 통일나눔에 매달 기부

    입력 : 2017.12.28 04:13

    지평리 전투서 중공군 물리친 몽클라르 장군 딸 파비엔느 별세
    직접 쓴 아버지 전기 한국 출간도

    6·25전쟁 '지평리 전투' 영웅인 프랑스 출신 랄프 몽클라르(Monclar·1892 ~1964) 장군의 외동딸 파비엔느(66)씨가 지난 21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파비엔느씨는 2000년 폐암 발병으로 치료를 받아 호전됐으나 지난해 6월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면서 병마와 싸워왔다. 27일 오전 프랑스 파리의 성 니콜라스 성당에서 장례 미사가 열렸다. 프랑스군 대령 출신인 남편 버나드 듀포(73)씨는 "아내가 항상 한국에 대해 특별하고 애틋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는 걸 기억해달라"며 부고(訃告)를 전했다.

    몽클라르 장군은 제1·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에서 활약한 프랑스의 전쟁 영웅이다. 1951년 대대급 병력 600명을 직접 모아 한국에 왔다. '대대급은 중령이 이끈다'는 프랑스군 규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3성 장군에서 중령으로 강등을 자처했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리에서 미군과 함께 3만명의 중공군과 백병전을 펼쳐 전세(戰勢)를 역전시켰다.

    2010년 한국을 찾은 파비엔느씨가 양평 지평리전투기념관에서 아버지 몽클라르 장군 사진을 보고 있다. 왼쪽 전시 사진은 몽클라르(왼쪽) 장군이 1951년 2월 지평리 전투 후 맥아더(오른쪽) 유엔군 사령관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2010년 한국을 찾은 파비엔느씨가 양평 지평리전투기념관에서 아버지 몽클라르 장군 사진을 보고 있다. 왼쪽 전시 사진은 몽클라르(왼쪽) 장군이 1951년 2월 지평리 전투 후 맥아더(오른쪽) 유엔군 사령관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지평사모

    파비엔느씨와 한국의 인연은 그가 태어날 때부터 시작됐다. 아버지 몽클라르 장군이 6·25전쟁 참전을 결정했을 때 그는 어머니 배 속에 있었다. 어머니는 "태어날 아이가 있는데, 생면부지의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 가려느냐"며 반대했다. 몽클라르 장군은 "군인이라면 타인을 위해 피를 흘릴 줄 알아야 한다. 억압받는 민족을 돕는 게 프랑스의 오랜 전통이다"라며 참전을 고집했다고 한다.

    아버지와의 인연 덕에 한국은 파비엔느씨에게도 특별했다. 틈틈이 6·25전쟁에 참전한 프랑스 퇴역 군인과 그 유족을 만났다. 몽클라르 장군을 기리기 위해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 있는 몽클라르 장군 무덤을 찾는 한국인을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2015년 '통일과 나눔' 재단이 남북 교류 사업 등을 위해 기금을 만든다고 했을 때 파비엔느씨는 자발적으로 참여를 약속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달 1만원씩 기부를 해왔다. 파비엔느씨는 생전에 "한반도가 평화롭게 통일되는 것이 한국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비엔느씨는 아버지에 대한 전기(傳記)를 직접 썼다. 2011년에 그 책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저작권료 등은 일절 받지 않았다. 몽클라르 장군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지평사모(지평리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은 지난해 한국어판 2000여 권을 육군사관학교에 기증했다. 지평사모 회장 김성수(74) 법무법인 아태 대표 변호사는 "부녀가 대를 이어 대한민국에 기여하고자 하는 뜻을 같이한 셈"이라며 "다양한 추모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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