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국제방송센터(IBC)는 설상 종목들이 집중된 평창에서도 가장 거대한 건물이다. 면적이 5만1024㎡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축구장 면적(9126㎡) 5배를 넘는다. 전 세계 수억명의 스포츠 팬들이 이 건물에서 제작되는 영상을 통해 올림픽을 즐기게 된다.
이곳에서 사실상 '주인' 행세를 하는 기관이 바로 미국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NBC다. NBC는 평창올림픽 취재·제작에 2400명을 동원한다. IBC 상주인력 7000명의 29%에 해당한다. NBC가 차지하는 방송·제작 면적만 1만2756㎡로 IBC 면적의 25%다. IOC가 직접 운영하는 올림픽 중계 서비스(OBS·20%)보다 IBC 면적이 넓다. 최근 방문한 평창올림픽 IBC에선 보안요원들이 스튜디오를 오가는 사람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특히 NBC 스튜디오 건설현장 부근은 사람과 장비 모든 것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 복도에서 만난 NBC 직원은 "며칠 전 미국대사관 직원들이 왔지만 내부 구경도 못 하고 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와도 내부 공개는 못 한다"고 했다.
◇평창을 장악한 NBC
NBC의 규모는 일본방송컨소시엄 전체가 IBC의 10%만 차지하는 것과도 비교된다. 한국 공중파 방송 3사의 합계 면적이 7~8% 정도다. 현재 IBC에는 NBC에서 파견된 150명이 스튜디오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양한열 평창올림픽조직위 미디어 운영국장은 "NBC의 올림픽 파견 규모는 어지간한 국가의 국영 방송사 수준을 넘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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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는 대규모 인력 파견을 위해 그동안 평창조직위에 20여 차례 시찰단을 보내 곳곳을 샅샅이 훑어 요지를 선점했다. NBC는 IOC에 1조1300억원의 중계권료를 내는 수퍼 고객이며, IOC에 '갑질'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송사이기도 하다. NBC는 강릉과 평창의 야외 스튜디오도 경기장이 바로 보이는 최고의 장소를 독점하고 있다.
NBC는 평창과 강릉의 주요 숙소 7곳을 포스트로 쓰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강릉 최고급인 씨마크호텔(총 150실)은 NBC가 완전히 접수한 상태다. 씨마크호텔 관계자는 "올림픽 기간에 NBC가 우리 호텔에서 사용하는 객실만 연 2100실이 된다"고 했다. NBC 측은 호텔에 방송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별도의 위성시설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호텔은 NBC의 요청에 따라 객실 중 온돌방엔 모두 침대를 들여놓았다. NBC 인력은 집단 투숙하는 것이 원칙이다. 개별 투숙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문제 때문이다. 평창조직위 측은 "NBC가 대규모 인원을 파견하는 만큼 안전과 테러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중계시간은 '소치+밴쿠버'
NBC는 평창올림픽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공중파는 물론이고 웹 라이브 스트리밍(인터넷 생방송)을 포함한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겠다는 전략이다. 15개 전 종목 경기 및 선수 인터뷰, 특집 등을 합해 2400시간의 중계가 예정돼 있다. NB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2014 소치올림픽(1600시간)과 2010 밴쿠버올림픽(835시간) 중계 시간을 합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이렇게 방송시간이 늘어난 건 인터넷 생방송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NBC는 'NBC 올림픽스닷컴'과 'NBC 스포츠앱'을 통해서만 1800시간 이상의 중계를 할 예정이다. 'NBC 올림픽스닷컴'과 'NBC 스포츠앱'은 개막 이틀 전인 2월 7일부터 본격적인 라이브 스트리밍을 가동한다. NBC는 미국 군 당국과 계약해 전 세계의 미군 기지에도 올림픽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 당시 피겨 최연소 금메달을 따낸 미국의 피겨스케이팅 영웅 타라 리핀스키, 1984년 사라예보 남자 피겨 금메달 스콧 해밀턴, 미 프로풋볼(NFL) 뉴욕 자이언츠 출신 다니 존스 등이 NBC 중계진에 합류한다.
1월 말엔 OBS와 NBC에서 총 43대의 올림픽 중계차를 한국에 들여와 세계적인 방송쇼의 시동을 걸게 된다. 중계차는 평택항에 도착해 한국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평창까지 이동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