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임팩트 투자'로 일자리·사회문제 동시에 해결한다

    입력 : 2017.12.26 03:03

    서울시, 민간과 손잡고 청년 사회 혁신 프로젝트
    '리메이크 시티' 진행

    소셜벤처 14곳 선정
    투자 방식으로 성장 도와 해당 기업들 성과 기대

    전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 100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 주택·환경·교통·먹거리 등 각종 사회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어떨까. 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실업률은 9.2%로 전년 동월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로 영국은 '빅 소사이어티 캐피털(BSC)'과 같은 정부 주도의 사회 투자가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임팩트 투자(재무적 이익뿐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 방식의 프로젝트가 서울시에서 실험적으로 진행 중이다. 일명 청년사회혁신프로젝트 '리메이크 시티(Remake city, Seoul)'다. 청년들이 사회 혁신의 주체가 된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며,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서울의 오늘을 혁신하는 소셜벤처들, '임팩트 투자'로 한 단계 성장

    "이전에는 느린 학습자 교육을 주로 오프라인으로만 진행했어요. 교육장이 서울 강남 한 곳에만 있어서 비수도권 회원들은 참가하기가 어려웠어요. 수업도 일주일에 3번 정도밖에 못 했는데, 서울시로부터 투자를 받아 '1대1 온라인 화상 교육 시스템'도 만들었어요."(함의영 피치마켓 대표)

    피치마켓은 발달장애인, 학습 부진 아동 청소년 등 '느린 학습자'를 위해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국내 비영리 단체다. 올해로 설립 3년 차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오프라인 교육에만 매달리던 피치마켓은 서울시로부터 4억원의 지원을 받으면서 온라인 교육 인프라를 구축했다. 투자금으로 기자, 문학 작가 등 콘텐츠 제작자 3명과 사회복지사, 교육학 전공자로 구성된 강사 2명도 신규 채용했다. 이뿐만 아니다. 피치마켓이 제공하는 콘텐츠도 '문학' 한 과목에서 취업, 역사, 과학, 시사 등 총 5과목으로 늘렸다. 일주일에 2번 신문 내용을 쉽게 풀어 시사 콘텐츠로 만든다. 함 대표는 "발달장애인 아동을 둔 어머님이 '아들과 이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할 수 있다'며 울먹거리며 전화를 하셨다"고 말했다. 이번 달에는 서울시교육청의 '특수학급 특수교육 외부 교육 기관'으로도 선정됐다. 앞으로 전국의 특수 학급 교사들은 정규 수업 시간에 피치마켓의 콘텐츠를 활용해 수업 커리큘럼을 기획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 9월, 피치마켓을 비롯해 14개의 소셜벤처를 선정해 '청년사회혁신프로젝트'를 론칭했다. 시민 생활과 밀접한 사회문제와 공공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 주도 혁신형 프로젝트를 발굴해, 투자 방식으로 성장을 돕는 것이 골자다. 임팩트 투자 기관 크레비스파트너스가 사업의 파트너로서, 청년 프로젝트의 육성을 맡는다. 교육, 도시, 문화, 환경 등 4개 분야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벤처들이 자부담(총 50억)으로 투자하고, 2년 동안 서울시가 투자금(총 90억원)을 매칭하는 구조다. 김재현 크레비스파트너스 대표는 "단기간 성과 위주의 창업 정책이 아닌, 민간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혁신적인 방식"이라면서 "일정한 주기로 재무적 성과 외에 임팩트를 측정하며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창출했는지 팔로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라이튼은 4억5000만원을 투자받으면서, 가전제품 수리 기술자와 마이스터고 학생을 추가로 고용했다. 인라이튼은 무선 가전 제품의 배터리 교체와 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하며,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친환경 소셜 벤처다. 기술 장인들이 배터리 교체와 수리를 맡고, 마이스터고 3학년 학생들이 제품 점검과 배송 준비, 장인들의 업무를 보조한다. 점점 사라져가는 용산, 종로 등지의 기술 장인과 경험이 필요한 청년을 일종의 전수자와 후계자와의 관계로 연결한 것. 최근 무선 청소기가 인기를 끌며, 무선 배터리 시장이 커져 사업 기회도 확장됐다. 인라이튼의 한 달 평균 수리 건수는 1000건, 지난 3개월간 매출은 1억4000만원가량이다. 설립 초에 비해 300%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신기용 인라이튼 대표는 "매월 1000건가량 무선 가전 제품을 고쳐 쓰는 것으로 2억원 정도의 환경 비용이 절감되고 있다"면서 "인라이튼의 사업이 확장될수록 경제적 성과는 물론 환경적 성과도 나오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해외로 이식되는 한국의 사회 혁신 프로젝트

    우리나라의 '임팩트 투자' 방식의 사회 혁신 프로젝트는 해외에도 이식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코이카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시티를 중심으로 '리메이크 시티(Remake city, Jakarta/Hanoi-HCMC)'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임팩트 투자 기관인 크레비스파트너스가 2억원가량 투자를 하면, 코이카가 3배를 매칭해 지원금을 주는 방식이다. 기존 ODA 사업과 다른 점은 비영리단체에 단순히 지원금(grant)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라는 것.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양국에서 공모전을 통해 1년에 6개 팀을 발굴하고, 그중 1~2개 팀에 투자를 한다.

    대표적인 기업은 인도네시아의 '크라우디(Crowde)'다. 크라우디는 농부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핀테크형 사회적기업이다. 인도네시아의 농부들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샤크라고 불리는 50~100% 고금리 대출 업자의 손을 빌려야만 한다. 크라우디는 시중보다 2배 이상 저렴한 금리로 자금이 필요한 농부와 투자자를 연결한다. 지금까지 1만명의 투자자가 참여했으며, 170억루피(한화 약 13억6000만원) 이상이 자바 섬, 수마트라 섬, 칼리만탄 섬, 술라웨시 섬 등의 농부들의 농사 자금으로 대출됐다.

    베트남의 이맥터(Imagtor)는 장애인을 고용해 포토샵, 프리미어, 오토캐드(autoCAD) 등 영상·편집 기술을 가진 전문가로 양성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직원들은 의뢰가 들어온 영상이나 사진을 전문 툴(tool)을 이용해 고객이 원하는 방향대로 편집해주며, 현재 50명이 풀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일본의 오래된 건물 도면을 디지털화해 제공하는 것도 이맥터의 주요 업무. 기본적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휠체어 장애인에게도 장벽이 없다.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 매출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도 갖췄다. 김재현 크레비스파트너스 대표는 "각국에서 사회적기업들이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6개 프로젝트 중 3곳이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투자금도 받았다"면서 "공공의 임팩트 투자는 새로운 투자자 참여를 촉진시켜 기업을 성장시키면서 일자리 문제와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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