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오르간 반주로 부른 재즈… LP 듣는 것 같죠?

    입력 : 2017.12.25 03:02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아날로그 장비만 사용해 공연

    '무모한 도전'일지 '무한(無限) 도전'일지 궁금했다. 재즈의 변방 한국에서 시작해 유럽을 거쳐 세계적인 재즈 보컬로 성장한 나윤선(48)이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두고 색다른 도전을 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동하는 악기와 공연 장비만 써서 공연을 한 것이다. 디지털 장비가 대세가 된 후에는 거의 사라진 방식의 공연이다. 1970년대에 만든 오르간 등 옛날 방식의 악기나 조명도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워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공수해 왔다.

    공연 이틀째인 24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는 겉으로 보기엔 다른 공연과 별다를 것 없어 보였다. 하지만 무대 지하에는 낙원상가에 주문해 만든 약 1.5m 높이의 대형 철판과 자기공명장치가 있었다. 디지털 기기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잔향(殘響·실내에서 소리가 난 뒤에 1~3초간 울리다 사라지는 것) 효과를 내기 위한 장비였다. 나윤선은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마치 LP를 듣는 감흥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 100퍼센트 아날로그로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고 했다.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은 23·24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공연에서 오직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동하는 공연 장비만 써서 자신만의 색다른 재즈를 들려줬다.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은 23·24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공연에서 오직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동하는 공연 장비만 써서 자신만의 색다른 재즈를 들려줬다. /허브뮤직

    오후 4시, 산타클로스처럼 붉은 옷을 차려입은 나윤선이 무대에 올랐다. 댄 리서(드럼), 브래드 크리스토퍼 존스(베이스), 프랑크 뵈스테(건반), 토멕 미에노스키(기타) 등 세계 재즈계에서 실력파로 인정받은 연주자들과 함께였다. 첫 곡 '트래블러(Traveller)'부터 악기와 보컬의 음향 조화가 완벽에 가까운 상태로 튀어나왔다. 1973년 준공된 해오름극장은 요즘 공연관계자들 사이에선 질 좋은 음향을 들려주기 어려운 곳으로 알려졌다. 그런 공연장에서 나윤선이 택한 '100퍼센트 아날로그'는 하나의 해답처럼 들렸다.

    지미 헨드릭스의 '드리프팅(Drifting)', 폴 사이먼의 '쉬 무브스 온(She Moves On)' 등 명곡들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나윤선식으로 재해석한 미국 민요 '어 세일러스 라이프(A Sailor's Life)'가 울려 퍼질 땐 자리에서 졸던 관객들이 일어나 음악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앙코르곡으로는 '정선 아리랑'에 이어 캐럴 '리틀 드러머 보이(Little Drummer Boy)'를 들려줬다. 아주 정성 들여 만든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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