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보 다리'의 그녀가 온다

    입력 : 2017.12.22 03:04

    피카소 소개로 아폴리네르와 熱愛… 프랑스 女화가 마리 로랑생
    예술의전당서 작품展 열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내린다/내 마음 깊이 아로새기리/기쁨은 늘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세월이 가고 나는 남는다.'

    마리 로랑생의 1927년 유화‘키스(Le Baiser)’
    마리 로랑생의 1927년 유화‘키스(Le Baiser)’. /예술의전당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명시(名詩) '미라보 다리'는 실연의 아픔과 상실을 드러내는 시다. 시의 주인공은 아폴리네르의 연인이었던 마리 로랑생(1883~1956). 로랑생은 '미라보 다리'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원래는 파블로 피카소, 앙리 루소 등 야수파와 큐비즘을 대표하는 작가들과 함께 파리 화단을 누빈 이른바 '몽마르트의 뮤즈'였다.

    프랑스 여성 화가 마리 로랑생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70여 점의 유화와 석판화, 수채화와 일러스트 등 1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마리 로랑생의 작품은 대부분 일본 도쿄에 있다. 한 일본인이 평생에 걸쳐 그녀의 작품을 대거 수집한 결과다. 1983년 일본 나가노현 다테시나에서 처음 문을 연 마리 로랑생 미술관은 올해 프랑스 정부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으며 도쿄 치요다구에서 재개관했다.

    연분홍과 파랑, 청록과 회색이 어우러진 로랑생의 화폭은 말 그대로 색채의 향연이다. 그는 파리의 여성들을 주로 그렸는데, 피부색이 흰색에 가까운 회색으로 독특하다. 창백한 얼굴에 입술과 볼에만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주고, 윤곽선을 그리는 대신 오직 색의 명암 차이로 구분해 자연스러움을 극대화했다.

    로랑생은 피카소의 소개로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1911년 아폴리네르가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도난 사건에 연루되며 두 사람은 이별하고, 로랑생은 독일 남작과 결혼한다. 큐비즘 형태를 띠었던 로랑생의 딱딱한 그림이 조금씩 자유로워지며 독창적인 그림 세계를 구축한 게 이 무렵이다. 세계 1차대전 발발로 망명과 이혼이란 시련을 거치면서 로랑생의 작품은 노랑과 빨강 등 원색의 강렬한 색채로 물들기 시작한다. 침울해 보였던 그림 속 여인들도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띠게 된다.

    로랑생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알렉상드르 뒤마의 '춘희' 등에 일러스트를 그렸고 코코 샤넬, 피카소를 비롯한 명사들의 초상화도 그렸다. 요시자와 히로히사 마리로랑생 미술관 관장은 "여성이 화가로 인정받기 어려웠던 시대에 특유의 감성과 황홀한 색채로 인정받은 작가"라고 평했다. 내년 3월 11일까지.(02)396-3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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