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화재 참사 '안전한 나라'는 불가능한가

      입력 : 2017.12.22 03:20

      21일 충북 제천에 있는 상업용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29명(오후 11시 현재)이 사망하고 29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로 번졌다. 불이 난 건물은 1층은 주차장, 2~3층은 남녀 사우나, 4~8층은 헬스장과 레스토랑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오후 3시 53분쯤 1층 주차장에 세워 둔 차량 부근에서 시작된 불은 계단 통로 등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위쪽으로 번졌다. 유독가스가 건물 안에 가득 차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

      사망자 대다수는 2층 여성 사우나에서 발생했다. 발화 지점에서 가까운 데다 외벽도 창문 없이 통유리로 막혀 있는 폐쇄 구조였던 탓이다. 화재가 난 건물은 1층이 주차장인 필로티 구조로 돼 있어 엘리베이터 1곳과 그 옆 계단이 유일한 대피 통로인 점도 피해가 커진 원인이라고 한다.

      이번 참사에서도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화재 진압 초기 건물 주변에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소방차 접근이 지체됐다. 분초를 다투는 화재 현장에 소방차가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접근하지 못하는 일은 끝날 줄을 모른다. 소방차가 제 기능을 못해 민간 차량이 사람을 구조했다니 어이가 없다. 사고 건물은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자재 천지였다. 이런 건물은 얼마나 많은가.

      화재 참사는 거의 규칙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2008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때는 근로자 40명이 숨졌다. 2014년엔 고양종합터미널에서 용접 작업을 하다 난 불로 8명이 사망했고, 2015년엔 의정부의 10층짜리 아파트에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올 2월에도 경기도 화성 주상복합빌딩 상가 화재로 4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불에 타기 쉬운 자재가 있는데도 무리하게 용접 작업을 하는 등 부주의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고, 설마 하는 생각에 화재경보기를 꺼놓으면서 인명 피해가 커지기도 했다. 이번 사고 역시 그 같은 부주의나 안전 불감증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3년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에도 지하철끼리 추돌하고 환풍구가 무너지고 버스가 전복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이달 4일에도 낚싯배와 급유선이 충돌해 13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하는 일이 있었다. 정부는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근본 원인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순간만 모면하는 데 치중한다. 안전을 전담한다는 부처까지 만들었지만 국민은 전혀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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