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의 대통령궁에서 임종석(오른쪽에서 둘째)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정 총책임자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왼쪽에서 둘째) UAE 왕세제와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빨간 원)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을 만나고 있다. 칼둔 의장은 2009년 한국이 수주한 UAE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의 총책임자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지난 9~12일 긴급 방문한 것은, UAE 측이 날짜를 지정해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UAE에 청와대가 긴급히 사정해야 할 임무가 있었던 것이란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21일 '여권 핵심 인사'를 인용, "특사 파견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왕세제가 날짜를 지정해 요청해 결정된 것으로, 방문 날짜도 UAE가 정해준 일정에 맞추다 보니 급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인사는 "양국 간 시급한 관계 개선이 주목적이었다"고 했다.

신문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UAE의 한국 관계자 파견 요청에 "청와대 3실장(비서·안보·정책실장) 중 한 명이 가야 한다"고 지시, 문 대통령의 방중과 그나마 관련이 덜한 임 실장이 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임 실장과 수행 실무진은 급하게 민항기를 타고 갔으며, 미리 단체석을 예매하지 못한 탓에 좌석도 뿔뿔이 흩어져 앉았다고 한다. 임 실장의 중동행 사실도 하루 뒤인 10일에야 알려졌다.

청와대 2인자인 비서실장이 예정에도 없던 외교 방문 일정을, 대통령 방중이라는 큰 이벤트를 코앞에 두고 무리하게 움직여야 할 정도로 급박한 이유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보도에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사실이 아니다"라며 "임 실장의 방문 시기는 우리가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 청와대는 '시급한 문제'와 관련, 임 실장이 한국에 원전 사업을 맡긴 UAE 측이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불만을 무마하러 간 것이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는 처음엔 '파병 부대 위문과 큰 틀에서의 양국 협력'이 방문 목적이었다고 했었다. '임 실장이 중동에서 대북 접촉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이를 부인했고, 이어 원전 사업 문제도 일절 논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일엔 "UAE가 박근혜 정부에서 서운한 일이 있어 관계 개선이 시급했다"는 이유도 새로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