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싸나이'들의 화끈한 연주 기대하세요

    입력 : 2017.12.21 03:03

    최수열 부산시향 상임 지휘자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내공 다져… 슈트라우스 교향시 全曲 도전

    부산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최수열(38)은 최근 '진짜' 부산시민이 됐다. 지난 14일 오후 부산광역시 남구 대연동 부산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해운대구청에 가서 주민등록을 옮긴 지 사흘째"라며 웃었다. "좀 더 책임감 있게 하고 싶었어요. 아내와 딸이 있는 서울에 그대로 적을 두더라도 지휘에 임하는 마음이야 다르지 않지만, 시민들이 더 반겨주시니 저도 좋아요."

    최수열 부산시향 상임 지휘자는“말러와 슈트라우스는 동시대에 살았지만 내가 갖고 싶은 무기는 슈트라우스, 부산시향에게 맞는 옷도 슈트라우스”라고 했다.
    최수열 부산시향 상임 지휘자는“말러와 슈트라우스는 동시대에 살았지만 내가 갖고 싶은 무기는 슈트라우스, 부산시향에게 맞는 옷도 슈트라우스”라고 했다. /김종호 기자
    지난 9월25일 취임했으니 벌써 석 달이 흘렀다. 그새 정기연주회를 두 번 했고, 22일 송년음악회도 이끈다. 그가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건 지난해 1월.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갑작스레 사임하면서 당시 부지휘자이던 그가 난곡(難曲)인 말러 교향곡 6번의 대체 지휘자로 결정됐다. 공연을 닷새 앞둔 시점이었다. 우려 반, 걱정 반 속에 치러진 연주는 기대 이상이었다. 2014년 부지휘자에 선임된 후 1년 7개월 동안 이런저런 음악회에서 서울시향을 지휘했지만, 정기연주회 데뷔는 처음이었던 그에게도 호평이 쏟아졌다.

    서울시향에 3년 2개월간 있으면서 그는 "책임을 맡는 자리로 빨리 가고 싶었다"고 했다. 객원 지휘를 두 번 해 본 부산시향은 그중에서도 1순위였다. 1970년대 후반 LA 필하모닉에서 명(名)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의 부지휘자를 지냈던 정 전 감독은 연주 준비부터 악단 훈련까지 혼자서 다 하는 스타일이었다. "정 선생님이 줄리니한테 뭘 물어보면 '너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며 도 닦는 말씀만 해서 맨날 불평했대요. 반면 객원으로 온 바렌보임이나 주빈 메타는 상세히 가르쳐줘서 좋았대요. 근데 시간이 흘러서 보니 줄리니 말이 정답이었다고…." 그는 "줄리니 영향을 받은 정 선생님 밑에서 나도 똑같았다"고 했다.

    그는 정 전 감독을 비롯해 서울시향을 지휘하러 오는 이들의 리허설을 모조리 참관하기 시작했다. 연습실 방음판 뒷공간에 홀로 앉아 지휘자들이 원하는 음악을 어떻게 얻어내는지 살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에 다닐 때부터 그는 틈만 나면 예술의전당으로 달려가 악단 리허설을 몰래 보는 학생이었다. "저는 공부하러 서울시향에 간 것 같아요. 헝가리 작곡가 페테르 외트뵈시는 제가 프랑크푸르트에서 말 한마디 해보려고 줄 서 있다가 악수만 하고 쫓겨났던 지휘자인데, 시향에 왔어요. 창덕궁에 같이 가고, 그가 쓴 곡의 오류도 찾아내 알려줬죠."

    55년 역사를 가진 부산시향은 다른 악단에 비해 연배 높은 남자 단원이 많은 편이다. 그는 "그 조합이 가장 큰 장점"이라 했다. "자부심이 몸에 배서 적당히 만족하는 법이 없어요. 낑낑대면서도 끝까지 해보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죠. 부산 '싸나이'들만의 화끈함. 그걸 극대화하는 게 제 계획이에요. 조금 거칠어도 살아 꿈틀대는 음악을 해서 부산시민들의 자랑거리가 되고, 다른 도시에서도 보러 오게 할 수 있다면 성공이니까."

    부산시향만이 할 수 있는 '무기'를 갖추기 위해 슈트라우스 교향시 전곡(全曲) 연주에도 돌입했다. 3년 임기 동안 열두 작품을 띄엄띄엄할 생각이다. "어느 단체에서든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해요. 얼마 전 '꾸뻬씨의 행복여행'을 읽으면서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란 대목에 공감했거든요. '필요한' 지휘자가 되는 게 꿈이고, 제대로 하나씩 해나갈 거예요."

    부산시향 2017 송년음악회=22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051)607-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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