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흥행조건 갖췄지만… 너무 높은 原作의 벽

    입력 : 2017.12.21 03:03

    [뮤지컬 '모래시계']

    등장인물 입체적으로 잘 살려
    명대사 빠진 자리엔 화려한 군무

    창작 뮤지컬 '모래시계'(연출 조광화)는 1995년 동명의 인기 드라마가 원작이다. 유신 독재 반대 학생운동, 5·18 광주 민주화운동 등 격변의 한국 현대사 속에 사랑과 우정으로 얽힌 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가 경이적 시청률을 기록한 덕분에 줄거리를 잘 몰라도 흡인력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작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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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뮤지컬‘모래시계’속 친구 태수에게 사형을 구형할 수 밖에 없는 검사 우석의 얄궂은 운명. 초반부터 긴장감을 놓지 않고 역동성을 가미해 마치 뮤지컬‘레미제라블’같은 웅장함을 자아낸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모래시계'는 압축의 묘를 최대한 살리면서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데 노력했다. 육사 생도가 되고팠지만 '빨치산 아들'로 찍혀 조직 폭력배가 되는 태수, 카지노 대부의 딸에서 벗어나려는 혜린,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는 검사 우석 등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 각자 조명한다. "나, 떨고 있냐" "널 갖기 위해서였어. 넌 내 여자니까" 같은 명대사를 과감히 삭제한 공백은 화려한 군무로 대신했다. 혜린의 묵묵한 보디가드 재희에겐 검도 군무 장면을 할애해 '지켜주는 남자'의 감정을 폭발시켰다.

    누런 수의를 입고 무릎 꿇은 태수와 냉철한 눈빛의 우석이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는 장면으로 무대의 막이 오른다. "우리 왜 이렇게 됐을까"라며 우석이 읊조리고 태수는 말없이 휘파람을 분다. 드라마 주제가였던 '백학'의 선율. 19인조 오케스트라와 이어지면서 비장함은 극대화된다. 태수가 혜린에게 바치는 '너에게 건다'는 노래는 막 내린 후에도 맴돌았다.

    빠른 장면 전환 탓에 태수와 혜린이 사랑에 빠지는 부분은 설득력이 다소 부족했지만 입체적인 캐릭터, 액션 넘치는 군무, 주인공의 감정선을 극화시키는 듀엣 등 흥행 장치는 대부분 갖췄다. 다만 원작의 인상이 너무나 강한 탓인지 최민수의 태수, 고현정이 연기한 혜린, 박상원의 우석, 이정재를 스타로 만들어준 재희가 자꾸 떠올랐다. 내년 2월 11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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