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용기들이 지난 18일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무단 진입한 것과 관련,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은 19일 "중국 공군 편대가 최초로 대마도 해협을 통과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부 군사전문지는 "대마도 해협은 한·일을 잇는 생명선"이라며 이번 훈련이 한·일을 겨냥한 것임을 노골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신화통신과 해방군보(인민해방군 기관지) 등은 "중국 공군 폭격기와 전투기, 정찰기 등 여러 대의 군용기들이 편대를 이뤄 대마도 해협을 통과한 뒤 일본해(동해)의 국제공역으로 진출해 원양 원정 훈련을 펼쳤다"고 했다. 또 신진커 공군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일본해는 일본의 바다(영해)가 아니다"라며 "이번 작전은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훈련에는 동부전구 모 항공병 사단의 사단장인 톈닝(田寧) 대령이 훙-6K 폭격기를 몰고 제1전대를 이끄는 등 사단장, 여단장, 연대장이 모두 직접 군용기를 몰고 참여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日 방공구역 누비는 중국 폭격기 -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8일 오전 10시 10분쯤 중국 군용기 5대가 이어도 서남방에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한 것을 발견하고 우리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했다고 밝혔다. 중국 군용기들은 KADIZ에 이어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으로 들어가 비행한 다음 이날 오후 1시 47분쯤 중국 방향으로 빠져나갔다. 사진은 이날 훈련에 참가한 H-6 폭격기가 JADIZ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으로 중국 정부가 공개했다.

이번 훈련에 대해 한·일이 모두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키는 등 민감하게 반응한 데 대해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훈련은 한반도 정세와 무관하다"고 했다. 한국 내에서 사드 대응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데 대해 부인한 것이다. 랴오닝 사회과학원 뤼차오 교수와 중국항공항천학회 쉬융링 연구원 등은 이 매체에 "문재인 대통령 방중 이후 한반도 정세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며 "이번 훈련이 한국이나 미국, 일본 등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내 군사평론가와 군사전문기자들의 글을 주로 싣는 제일군정(第一軍情)이라는 매체는 "대마도 해협은 한국 쪽 부산해협과 맞은편 일본에 가까운 곳으로 한국과 일본을 잇는 중요한 해상 생명선"이라며 "한·일이 200억달러를 들여 해저터널을 추진하는 장소"라고 했다. 이번 훈련이 한·일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신화통신은 이번 훈련을 전하는 기사에서 지난 2001년 중국 하이난섬 인근 상공에서 미국 EP-3 정찰기와 충돌해 숨진 중국 전투기 조종사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신화통신은 "16년 전인 2001년 4월 1일 조종사 왕웨이가 몰던 81192호가 미군 정찰기와 충돌해 추락하면서 폭발했다"면서 "무수한 시련을 딛고 떨쳐 일어선 강국, 강군의 기개가 넘치는 중국"이라는 구호성 문장으로 기사를 마쳤다. 이번 훈련이 미국의 대중 견제망을 뚫는 의미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군 동향에 밝은 베이징의 군사전문가는 "시진핑 주석이 군사 강국의 꿈을 제시한 19차 공산당 대회 이후 기존에 진출하지 않았던 원양지역을 겨냥한 중국군의 실전 훈련이 부쩍 늘었고 이에 대한 보도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면서 "훈련 시기를 문재인 대통령 방중 직후로 잡은 것은 양국의 해빙 기류 때문에 한국이 강하게 반발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린 것 같다"고 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이 같은 움직임은 원양훈련의 상시화, 일상화를 겨냥한 것"이라며 "주변국들은 처음에는 반발하지만 자꾸 반복되면 타성에 젖게 되는 상황을 노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군사전문지 제일군정은 "일본은 중국의 훈련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도 이날 중국 공군 훈련과 항공 자위대 전투기 긴급 발진 소식을 전하며 "중국 전투기가 동해안 공역을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NHK 방송은 중국 측의 의도에 대해 "중국 공군은 이번과 같은 훈련을 앞으로도 계속할 방침을 표명한 바 있다"며 "군사 활동 범위를 확대해 향상된 작전 능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공군이 대마도 해협을 통과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는 중국 매체들의 보도와 달리 일본 언론들은 "중국 공군은 2016년 1월 대마도 해협 공역에 처음 정보수집기와 조기경계기를 띄운 이후 수차례 이 지역에 군용기를 보냈다"고 전했다. 특히 올 1월엔 월별로는 가장 많은 중국 군용기 8대가 대마도 해협을 통과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