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뉴스 저격'] 하늘서 레이저 쏴… 한반도 땅속 '지진 시한폭탄' 찾는다

  • 김영석 국가활성단층지도제작 총괄책임자(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입력 : 2017.12.20 03:10

    [오늘의 주제: 지진 위험지역 알아낼 '활성단층 지도' 어떻게 만드나]

    '라이다'의 레이저 반사파 조사 통해 숲·건물 없는 상태의 지표모양 알아내면 지질학자 현장 출동, 땅 파서 단면 확인

    정부 "2041년까지 활성단층 지도 완성"
    올해 경주·포항 '양산단층'부터 조사 시작
    '우린 지진 안전' 고정관념탓 제작 늦어져

    김영석 국가활성단층지도제작 총괄책임자(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김영석 국가활성단층지도제작 총괄책임자(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지난 11월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포항 지역을 강타했다. 지난해 9월 우리나라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던 5.8의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 1년 만에 다시 큰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지진 사태 이후 우리나라에는 일본과 달리 지진의 원인인 활성단층(活性斷層·active fault) 현황을 보여줄 '활성단층 지도'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활성단층은 '최근의 지질시대에 활동을 하였고, 가까운 미래에 다시 활동할 수 있는 단층'이라고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제4기 지질시대(지금부터 258만년 이내)에 활동을 한 단층을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단층으로 본다.

    지진은 지각이 깨어진 구조인 단층이 엇갈리면서 운동할 때 발생하는 파동에너지이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지진이 발생할 정확한 위치와 시간을 예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진은 활성단층이 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면 미래의 지진 규모와 발생 가능성을 장기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원전 시설 같은 중요한 구조물의 위치를 선정하거나 건축물의 내진(耐震) 기준을 마련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이미 구조물이 건설돼 있더라도 내진 보강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알래스카에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면서 활성단층을 발견했다. 지진에 견딜 수 있게 파이프라인을 다시 설계했다. 2002년 지진이 발생했지만 내진 설계 덕분에 이 파이프라인은 절단되지 않았다. 파이프라인이 파손되었다면 지진 자체보다 더 큰 피해를 입혔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경주 지진을 계기로 범부처사업단을 구성해 올 초부터 2041년까지 25년 동안 1175억원을 투입해 전국 활성단층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포항·경주 등 동남권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5개 권역을 5년씩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조사 기간 동안 해당 구역에서 이미 존재가 알려진 활성단층뿐만 아니라 아직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단층까지 조사할 예정이다. 첫해인 올해는 경주와 포항 등을 지나는 양산단층, 울산단층 등을 조사한다. 아직 1단계까지만 계획이 잡혀 있고 그 후는 다시 정부와 협의를 해야 한다. 지진이 발생한 또 다른 지역이나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 지역이 2단계 조사 권역이 될 수 있다.

    국가 활성단층 지도 1~5단계 계획 외
    활성단층 조사는 먼저 지표 상태를 살피는 데서 시작한다. 단층은 지각이 깨진 부분이라 암석이 주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로 인해 지표에서 선이나 띠 모양으로 계곡이나 호수와 같은 낮은 지형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먼저 위성사진과 항공사진, 라이다 사진을 이용해 이런 지형이 있는지 확인한다. 라이다는 항공기에서 땅을 향해 레이저를 발사하고 지상의 물질에 부딪혀 반사되는 빛을 감지하는 방법이다. 라이다는 숲이나 건물이 있어도 지표 상태를 알아낼 수 있다. 땅에서 반사된 레이저와 나무에서 반사된 레이저의 파장 차이를 이용하면 숲이 없는 지표 상태를 구현해낼 수 있다. 라이다 연구에는 올해 예산 25억원 중 7억원이 배정됐다.

    지표의 선형 구조를 확인하면 지질학자들이 현장으로 가서 현장에서 굴착(트렌치 조사)을 해서 수직단면을 확인한다. 수직면에는 지층들이 중간에 어긋나거나 끊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각 지층의 연대를 알아내면 단층의 활동 역사와 마지막으로 지질 변동을 일으킨 시기를 알 수 있다. 현장 조사에만 올해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11억원이 배정됐다.

    일본은 30여 년의 작업 끝에 1980년 첫 활성단층 지도를 완성했다. 2002년에는 이를 디지털화한 지도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고정관념이 활성단층 조사를 가로막았다. 일본은 지각판 경계 부분에 있어 지진이 자주 일어나지만 우리나라는 지각판 안쪽에 있어 안전하다는 생각이었다. 원자력발전소 부지 선정을 위한 조사와 일부 연구 과제 이외에는 활성단층 조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9년부터 3년간 국민안전처가 대도시 주변 단층 25곳을 조사했지만 졸속 추진으로 인해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이 비판하면서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우리나라의 단층 대부분을 처음부터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경비가 소요된다. 과거 투자나 연구가 너무 빈약했기 때문에 연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대학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연구자 60여 명이 활성단층 조사에 참여하고 있지만, 전문가 수는 일본에 비하면 100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외국 학자들을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외국 학자들이 한국의 지질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본이나 미국은 활성도가 높은 활성단층이 많이 있고 지진도 잦아 축적된 자료가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단층 활성도가 낮고 지진의 재발 주기도 길어 활성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또 우리의 안전을 외국인의 판단에 맡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외국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되 우리 기술을 끌어올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적으나마 이제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이 있다. 젊은 인재들이 지진 연구에 관심을 가진다면 국제적 선도 그룹에 진입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