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9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목적을 따진다. 운영위를 소집한 자유한국당은 임 실장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임 실장은 참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임 실장은 18일부터 3.5일간 예정에 없던 휴가를 냈다. 결국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여야(與野) 공방만 벌어지게 됐다.

한국당은 임 실장의 UAE·레바논 방문(9~12일)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 원전을 수입한 UAE와 외교 문제가 생기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8일에는 임 실장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王世弟)를 예방한 자리에 UAE 원전 책임자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이 참석한 사실도 알려졌다. 국정원 해외정보업무 총괄인 서동구 1차장이 여기 동행·배석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휴가 냈다더니… 임종석, 재외공관장 만찬엔 참석 - 임종석(오른쪽) 대통령 비서실장이 18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임 비서실장은 이날 앞서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는 연차 휴가를 냈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임종석 UAE 방문에 국정원 1차장 동행]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청와대가 자꾸 내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아는지 떠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국당이 전화 한 통 없이, 의제도 합의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회의를 소집했다"며 반발했다. 다만 한국당이 일방적인 주장을 펴지 못하도록 운영위에 출석해 항의할 방침이다.

청와대는 이날 "임 실장의 UAE 방문은 원전과 일절 관련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임 실장과 UAE 왕세제 접견 시 원전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칼둔은 원자력공사 이사회 의장이 아닌 아부다비 행정청장 자격으로 배석한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도 임 실장의 UAE 방문은 원전과 관련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왕세제가 향후 정치,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며 "그것이 그를 만난 목적의 전부"라고 말했다.

한편 임 실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 현안 점검 회의를 마친 뒤 오후부터 반차 휴가를 냈다. 청와대는 "임 실장이 오는 21일까지 휴가를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당에선 "19일 운영위 참석을 거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고, 청와대는 "다음 주 대통령 휴가와 겹치지 않기 위해 먼저 다녀오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