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부 출범 이후 첫 재외공관장 만찬을 갖고 "외교 영역을 다변화하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해야 한다"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과 연계해 우리의 경제 활용 영역을 넓히는 데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력히 추진하는 '일대일로' 동참을 지난 방중(訪中)에 이어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이날 원고지 약 21장 분량의 인사말에서 '한·미(韓美) 동맹' '미국' '북핵' 등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만찬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강경화 외교장관, 송영무 국방장관과 신임 대사(大使) 등 재외공관장 182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후 외교는 우리 국정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며 "여러분(재외공관장) 덕분에 4대국과의 관계를 정상 궤도로 복원하고 외교의 지평을 유라시아와 아세안까지 넓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외교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한편 실사구시하는 실용 외교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주변 4대국과의 협력을 더욱 단단히 다져가면서도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지역에 더 많은 외교적 관심과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지역과 '믹타(MIKTA·5개 중견국 협의체)'와 같은 중견국 외교 예산이 늘어난 것은 아주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통해,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연계해 우리 경제 활용 영역을 넓히는 데 속도를 내 달라"며 "국회와 정치권에서도 기존의 외교 프레임에서 벗어나 외교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 달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북핵 해결을 위해 대미·대중 관계를 같은 비중으로 중시하는 '균형 외교'를 여러 번 언급해 왔다. 지난주 방중 기간 중에는 "한·중 양국은 일방의 번영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운명 공동체의 관계"라며 시 주석이 내놓은 '중국몽(夢)'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전략 '인도·태평양' 구상에 대해서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여러 국제 정서와 환경을 고려할 때 참여하는 게 현재로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근 북한의 도발 및 북핵 해법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이 과거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에서, 외교 공백을 채우고 무너지거나 헝클어진 외교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새 정부의 시급한 과제였다"고만 했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는 촛불 혁명을 일으킨 우리 국민을 존중했고, 덕분에 저는 어느 자리에서나 대접받을 수 있었다"고도 했다. 이는 중국 방문 중 불거진 '홀대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앞서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이번 방중은 우리 외교의 시급한 숙제를 연내에 마쳤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며 "경제 분야뿐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4대 원칙 등 정치·안보 분야까지 한·중 관계의 전면적 정상화와 협력의 기틀을 다졌다는 점에서 매우 내실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또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의용 안보실장이 "대통령이 중국 방문 중 일반 식당에서 식사한 것을 두고 '혼밥'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대통령은 혼밥을 한 게 아니라 13억 중국 국민과 함께 조찬을 한 것"이라고 했다고 박수현 대변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박 대변인은 정 실장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외교는 국가 간에 주고받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상대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