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살던 '파란 집' 그리기 6년… 그의 숨결을 담다

    입력 : 2017.12.19 03:02

    南美작가 로사 마리아 운다 수키
    비운의 화가 살던 '파란 집' 그려 작가 아닌 한 여자로서의 삶 조명
    "집은 문화와 기억이 쌓이는 공간"

    멕시코의 천재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
    멕시코의 천재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

    "열두 살 때부터 프리다 칼로에 대해 듣고 배웠어요. 같은 여성이자 위대한 라틴 아메리카인이었으니까요. 그에게 영향받지 않은 화가가 있을까요? 소아마비, 교통사고, 서른두 번의 수술, 이혼 등 고통으로 점철된 그녀의 인생이 내 작품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로사 마리아 운다 수키(40)는 프리다 칼로(1907~1954)가 살던 '파란 집'을 화폭에 담는다. 멕시코 코요아칸에 있는 '파란 집(Casa Azul)'은 칼로가 눈감는 순간까지 평생을 몸담은 곳. 수키는 침실, 정원 등 비운의 여성 화가가 시간을 보냈을 법한 장소들을 그려 그의 삶을 조명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자신의 첫 개인전 '롱드르가(街)와 아옌데가의 모퉁이에서, 1938~1954'를 위해 서울에 온 운다 수키는 집을 그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감히 칼로의 얼굴을 그릴 순 없으니까요. 그녀의 체취,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을 묘사해 위대한 화가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운다 수키는 유럽 화단에서 주목받는 신진 작가다. 프랑스 파리 유명 미술관인 팔레 드 도쿄에서 전시를 연 바 있다. 2012년부터 프리다 칼로의 일생을 4부분으로 나눠 그녀의 옛집을 둘러싼 기억을 따라가는 수키의 프로젝트를 눈여겨본 에르메스 재단은 후반부 작업부터 후원을 결정했다.

    '1938~1954'라는 부제를 붙인 이번 전시는 프리다 칼로가 남편이었던 디에고 리베라와 이별하고 재결합한 시기부터 그녀가 숨을 거두기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회화 35점과 기록 영상은 6년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 신작들이다.

    운다 수키가 얼굴 대신 집을 그리는 이유는 건축가 아버지의 영향도 크다. "집은 거주하는 공간의 의미를 넘어 문화와 기억이 쌓이는 곳이니까요. 집이라는 매개를 통해 모두가 아는 프리다 칼로의 작품 세계가 아닌 한 여인의 삶과 기억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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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신사동 에르메스 미술관에서 만난 로사 마리아 운다 수키. 작품이 걸린 파란 철창은 칼로가 살던 ‘푸른 집’을 상징한다. /박상훈 기자

    그는 칼로 프로젝트를 위해 현재 미술관으로 쓰고 있는 '파란 집'의 허락을 받아 온종일 미술관에 머물기도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칼로가 걸어다녔을 법한 동선과 흔적을 찾아다니고, 방방마다 들어가 칼로가 그 시절 느꼈을 고통과 감정들을 상상해봤지요. 온몸에 전율이 이는 시간이었어요!"

    파란 집에 머물며 프리다 칼로가 되어 본 운다 수키는 그곳의 정취를 작품에 녹여냈다. '당신의 솜털이 움직였기 때문에'는 프리다 칼로가 숨을 거둔 뒤 갈아입혀진 순백의 원피스가 그녀의 침대 위에 놓여 있는 풍경이다. 장례식에 사용된 붉은색 장미가 침대 주변을 장식한 모습이 강렬하다. "생전에 에너지가 넘쳤던 칼로는 사후에도 죽음에 맞서 싸울 것 같았어요. 하하" '당신을 위한 모든 것'은 잔뜩 장을 본 바구니를 들고 기분 좋게 집에 들어오는 칼로를 떠올리며 그린 풍경. '산책 갈까요?'는 칼로가 치마 레이스를 땅에 끌며 정원을 거니는 상상을 하며 그렸다. "칼로는 더 이상 이곳에 없지만, 하늘을 날며 자신의 집 안을 살피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죠."

    칼로의 초상엔 운다 수키 자신의 삶도 투영돼 있다. "그녀의 인생 후반부를 그리던 시기에 나 또한 가장 기쁘면서도 아팠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며 남편과 이혼했고 조국 베네수엘라는 혼돈 상태에 빠져들었다.

    운다 수키는 "프리다 칼로 탄생 110주년이 되는 해에 드디어 '프리다 칼로 프로젝트'를 출산했다"며 기뻐했다. 다음 작업도 집이냐는 질문엔 "이번 방문이 한국의 전통 가옥을 새로 발견한 계기였다"면서도 "일단은 딸이 너무 보고 싶어 얼른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서울 신사동 에르메스 미술관에서 내년 2월 4일까지. (02)544-7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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