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50] 공감에서 동행으로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입력 : 2017.12.19 03:10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요즘 내 마음을 꽉 채우고 있는 단어는 단연 '공감'이다. 세계적 영장류 학자 프란스 드 발의 '공감의 시대'를 번역한 데 이어, 3년여간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으로 지내며 겪은 경험을 적은 생애 최초 경제 경영서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를 출간하느라 자나깨나 그저 공감 생각뿐이다. '공감의 시대'를 번역하며 나는 공감이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과 함께 진화한 게 아니라 적어도 포유동물 초기부터 있었던 속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와 유전자를 거의 99% 공유하는 침팬지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심지어 쥐도 동료의 아픔을 공감한다. 그래서 나는 역자 서문에 "공감은 길러지는 게 아니라 무뎌지는 것"이라고 적었다.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에서는 '군림(君臨)하지 말고 군림(群臨)하라'를 나의 경영 십계명 중 으뜸으로 내세웠다. 21세기 리더는 더 이상 나를 따르라며 앞서가는 리더가 아니라 어깨동무하며 함께 걷는 리더여야 한다. 일단 어깨동무하고 나면 모든 일의 결과에 공동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 아홉째 계명은 "실수한 직원을 꾸짖지 않는다"가 되었다. 함께 일하다 얻은 결과인데 아무리 지위가 높다 한들 아랫사람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다.

    /조선일보 DB
    한국 사람은 너무 감정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이성보다는 감성을 앞세우며,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기보다는 다짜고짜 소리부터 지르거나 떼를 쓴다. 나는 이런 급한 성격을 오히려 장점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은 일단 머리에서 이해가 끝나면 거의 전광석화처럼 가슴이 뜨거워지며 실행에 옮긴다. 세상천지에 우리만큼 화끈한 국민은 없다.

    올해는 사랑의 온도 탑이 영 데워지지 않는단다. 최순실과 '어금니 아빠' 이영학 같은 사람들이 우리의 공감을 자꾸 무뎌지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의 명석한 두뇌가 손과 발을 움직이기 바란다. 공감 심성이 동행 행동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세상이 아름다워진다. 저승에서 전우익 선생님이 묻는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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