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피란, 노래, 어묵… '부산학' 전성시대

    입력 : 2017.12.19 03:04

    부산학, 피란민자서전 책표지
    부산학, 피란민자서전 책표지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에 가면 가곡 '보리밭' 노래비가 있다. "자갈치시장에 느닷없는 '보리밭 ' 노래비?"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그런데 윤용하 작곡가가 6·25 전쟁 당시 자갈치시장 주변 보리밭을 보고 지은 노래란다. 예전 강서구 명지동엔 염전이 있었고 낙동강 물길을 따라 경북 안동까지 배로 소금이 운반됐다. 이문열의 소설, '젊은 날의 초상' 3부작 중 하나인 '하구'는 지금은 사라진 사하구 하단 포구를 소재로 했다.

    자질구레한 듯한 이런 사실들이 어떻게 알려져 있을까? 오래된, 지금은 사라져 버린 옛일인데도 말이다. 김대래 신라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거대담론보다는 잊혀진, 숨겨진 디테일들이 훨씬 생생하고 인상적일 것"이라며 "그런 것을 복원, 전승해 지역의 정체성과 정신을 자각하고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게 지역학, 부산학"이라고 말했다.

    '부산학'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6·25 전쟁, 피란, 노래, 어묵, 산동네, 장터, 항·포구, 기업사, 부산·상하이·후쿠오카 생활 시간 비교…. 부산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 분야에서의 연구·조사 결과들이 풍부하게 쌓여 상당한 퇴적층을 이루고 그 내용물들이 포럼·토론회·대학강의 등을 통해 공유, 확산되고 있다. 그 주축은 부산발전연구원의 부산학연구센터와 지역 대학들의 부산학연구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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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발전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가 지난 2월 부산 남구 부경대에서 ‘6·25 피란생활사 북콘서트’를 열었다./부산학연구센터 제공
    부산학연구센터는 최근 전국 최대의 헌책방 밀집지인 보수동 책방골목을 소재로 한 '보수동 마을과 청년이야기'를 비롯,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영도구 깡깡이예술마을·수영구 수영성마을 등 마을학 포럼을 5차례 열었다. 모두 지역의 작은 동네들에 대한 '인문학적 조명'을 내용으로 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부산 순례길'이 지난 18일 부산에 등장했다. 병인박해 때 지역 천주교 신자 8명이 순교한 수영 장대골~금정구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간 '순교자의 길', 청련암·금강암 등 '범어사 11암자길, 장기려 박사·이태석 신부·소년의 집 창설자 알로이오 신부 등과 인연이 깊은 '천마산 홀리 로드' 등 6개 코스다.

    '부산학연구센터'는 2002년 출범했다. 올해로 15년째다. 그동안 부산과 관련된 각양각색의 주제, 소재를 연구하고 조사해 50여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또 신라대 부산학센터, 동아대 석당연구원, 부산대 한국문화연구소 등이 부산 지역과 관련된 연구를 5~10여년 이상을 해오고 있다. 신라대, 동명대, 동아대, 부산외국어대 등지에선 4~5년 전부터 '부산학 강좌', '부산의 이해' 등의 교양 과목을 개설, 강의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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