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간 불균형 바로잡을 '비장의 카드', 원도심 통합

    입력 : 2017.12.19 03:04

    부산시, 통합건의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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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부산 중구 창선동 국제시장 모습. 부산시는 국제시장 등이 있는 중구를 비롯, 서구·동구·영도구 등 원도심 4개구를 하나로 묶는 ‘원도심 통합’을 추진 중이다./김종호 기자
    17일 부산 중구 광복로. 눈꽃, 선물, 악기, 크리스마스카드, 공…. 머리 위로, 걷는 길 옆으로 갖가지 모양의 LED 조명등이 알록달록 색깔을 내거나 움직이는 '빛 트리'들이 즐비했다. '부산 크리스마스트리 축제'다. 즐비한 트리 아래, 옆으로 가족, 연인, 친구 등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디는 인파가 북적댔다. 김영수(54·부산 서구)씨는 "고교 시절 일요일날 미화당백화점 앞 골목길 지날 때처럼 사람들이 붐빈다"며 "지난 90년대 이후 사라진 풍경인데 오랜만에 느껴보니 참 좋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50대 이상 부산 사람들은 중구 광복·남포·중앙동, 서구 충무동, 동구 초량동 부산역 등 부산의 '원도심'들이 자신들의 어린 시절에 비해 "많이 죽었다"고들 한다. 부산의 원도심은 중구, 동구, 서구, 영도구 등 4개구를 말한다. 이들 지역이 부산의 '원도심'으로 불리는 이유는 근대도시, 부산이 일제강점기, 광복, 6·25 전쟁, 월남전 등을 거치며 한국 제2의 도시로 성장 가도를 달리던 시기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여년 전 부산시청·경찰청 등이 떠나고 서면 등 다른 도심들이 크게 발전하면서 인구가 줄고 상권이 축소되는 등 쇠락의 길을 걸었다.

    최근 10년 사이 크리스마스트리축제가 열리고 백화점이나 호텔, 아파트들이 새로 들어서는 등 상황이 좀 나아지고 있으나 '과거의 영화(榮華) 회복'은 여전히 아득하기만 하다. 게다가 동쪽의 해운대·기장권, 서쪽의 강서구 에코델타시티권 등이 성장의 가속을 붙이면서 '상대적 낙후도'는 도리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부산 안에서의 지역간 불균형은 깊어지고 있는 셈. 때문에 부산시는 최근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원도심 통합'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급격한 인구감소, 열악한 재정 등으로 인해 원도심 4개구가 종전처럼 각자도생으로 갈 경우 '옛 영광 회복'이란 꿈의 실현은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4개구가 뭉치면 해양·관광·비즈니스 중심도시로 약진하면서 부산의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 등 4개구의 현황을 보면 2008년 대비 65세 이상 인구(2017년 4월) 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부산시 측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007년 44만2000명이던 원도심 4개구의 인구는 2040년엔 그 절반을 밑도는 21만5000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4개구를 통합하면 부산지역 지차체 중 해운대·부산진구에 이어 인구(37만4000명) 3위, 면적 6위 규모로 지역 내 총생산 1위, 사업체 수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부산시 박대선 원도심통합기획조정팀장은 "규모의 경제 외에 구청 청사 등 각종 중복 투자된 시설물들을 주민복지·편의를 위해 활용하고 낭비성 행사를 줄이면서 행정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또 국가보조금 등 1조5000억원 규모의 재정지원, 신정부의 도시재생 프로젝트 수혜 등 메가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획기적인 지역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 측은 지난 9월 29일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측에 '원도심 4개 구 통합건의서'를 냈다. 건의서는 중구를 제외한 동·서·영도구 명의로 작성됐다. 통합 여부는 이후 지발위에서 이 건의를 심의, 의결해 행정안전부로 넘기고 행안부에서 '통합권고'를 결정할 경우 주민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실제 통합 시행은 주민 동의 후 국회의 '통합구 설치법' 제정을 거쳐 이뤄진다. 부산시 원도심추진단 측은 "지발위 심의가 연말쯤, 행안부 권고 결정이 내년 1월쯤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대로 될 경우 주민 투표와 특별법 제정 등을 거쳐 내년 7월에 통합구를 출범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시 측 예상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이다. '원도심통합반대추진협의회'가 지난 10월 12일 주민 2만명의 반대 서명서를 지발위와 행안부에 내는 등 통합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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