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1만5000대가 모두 전기차… 중국 선전시의 녹색 혁명

    입력 : 2017.12.18 03:02

    [전기버스의 천국을 가다]

    버스에 배기구 없고 녹색 번호판… 시내버스 전부 전기버스로 바꿔
    세계 어떤 도시도 못한 시도 완성

    보조금 3조5000억원 넘게 투입
    전기버스가 디젤버스보다 저렴… 미세먼지 줄고 대기오염 개선
    보조금 폐지되면 수요 급감 가능성

    홍콩=배준용 특파원
    홍콩=배준용 특파원
    지난 6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중심가의 푸치앙(福强) 거리. 대로변을 달리는 노선버스들은 대부분 녹색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가끔 파란색 번호판을 단 차량도 눈에 띄었다. 녹색 번호판 버스들은 뒤편에 배기 가스 배출구가 없는 전기버스였고, 파란색은 휘발유·경유 버스였다. 간혹 택시와 공안(경찰) 순찰차도 녹색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장륀진(43)씨는 "배기가스 배출구가 달린 버스는 지난 몇 년 사이 많이 줄었다. 뎬둥바스(電動巴士·전기버스)가 넓고 조용해 좋다"고 말했다.

    선전은 인구가 1200만명으로 중국 남부를 대표하는 대도시이다. 이 도시를 운행하는 버스 1만5000여대 중 대부분은 녹색 번호판을 단 전기버스이다. 3년 전인 2014년만 해도 파란 번호판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전기버스는 1400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휘발유·경유를 이용하는 버스는 수백 대만 남았다. 이 수백 대의 버스도 올해 안에 모두 전기버스로 교체될 예정이다.

    선전의 전기버스는 최고 시속 70㎞에, 5시간 충전하면 약 250㎞를 운행할 수 있다. 뉴욕, 런던,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전기버스가 늘어나고 있지만 모든 대중교통 버스가 전기버스로 바뀌는 대도시는 선전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선전이 3년 만에 전기버스 도시로 변한 원동력은 중앙 정부와 선전시가 투입한 막대한 보조금이다. 버스 회사가 1대당 약 180만위안(약 2억9700만원)인 전기버스를 사면, 중앙정부와 선전시는 각각 50만위안(약 820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 여기에 차량 유지비 42만위안(약 7000만원)도 얹어준다. 버스 회사가 부담하는 금액은 38만위안 정도로, 1대에 50만위안 정도 하는 디젤 버스보다 더 저렴하다. 이렇게 중앙정부와 선전시가 퍼부은 돈은 지금까지 210억위안(약 3조5000억원)이 넘는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시내버스 충전소에서 한 기사가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시내버스 충전소에서 한 기사가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 중앙·지방 정부가 버스업체들에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시내 곳곳에 충전 시설들을 대폭 확충하면서 선전 시내버스 대부분이 디젤 차량에서 전기 차량으로 바뀌었다. /블룸버그
    충전소와 충전기 등 인프라도 대폭 늘렸다. 6년 전인 지난 2011년만 해도 선전 내 충전소는 4곳, 충전기는 2300여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충전소 270여곳에 충전기는 2만8000여대에 이른다. 한 버스 기사는 "종점마다 충전소가 있고 충전기도 넉넉해 제때 충전을 못 하는 일은 없다"고 했다.

    선전시가 전기버스 도입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 해결이었다. 지난 2013년 선전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39.7㎍/㎥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10㎍/㎥)의 4배였다. 광둥성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선전시 초미세먼지의 약 40%, 대기오염 물질의 약 30%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배출됐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 중국 정부가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방 정부에 강력 대책을 주문하자 디젤 버스를 전량 전기버스로 교체하는 계획을 세웠다.

    전기버스의 등장으로 초미세먼지 농도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15년에는 30㎍/㎥, 지난해에는 27㎍/㎥를 기록해 중국 주요 도시 중 유일하게 정부 권고 기준(35㎍/㎥)을 지켰다.

    전기버스 도입을 통해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복안도 있다. 이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선전 전기버스의 80%를 공급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배터리 제조업체 비야디(BYD)다. 선전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전기버스 사업 물량을 대거 수주하면서 2015년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13.2%)로 올라섰다. 이 분야 선도업체 미국 테슬라(9.9%)를 제친 것이다.

    선전시는 자가용 전기차 보급률 끌어올리기에도 부심하고 있다. 전기차 구입 시 최대 6만6000위안(약 1089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휘발유·경유 차량에 적용되는 번호판 발급 제한 규정도 면제해 주고 있다. 백화점 등에 전기차 충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모바일 결제용 QR 코드를 부착해 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지난 2012년 총 2300여대였던 선전의 전기차는 지난해 8만여대로 늘었다.

    전기차 도입 정책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지금까지 전기차 도입의 '당근' 역할을 했던 보조금이 2020년부터 폐지될 예정이어서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올해 초 중앙 정부 보조금이 20% 삭감되자 지난 1월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0% 급감했다.

    대기오염 개선이 수치로는 확인되지만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선전 내 전기차가 2000여대에서 8만대로 늘었지만, 전체 차량 대비 비중은 2.5%에 불과해 시민들 사이에서는 "공기가 좋아지는지 잘 모르겠다"는 불만도 적잖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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