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동맹과 국민 자존심에 상처 낸 訪中 외교

      입력 : 2017.12.18 03:20

      청와대는 17일 "우리의 안보적 이익을 확실히 보호했다" "사드에 따른 경제 문제가 해소됐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3박 4일간 국빈(國賓) 방중 성과를 자평했다. 청와대는 중국과 '북핵 4대 원칙'에 합의한 것을 성과라고 했다. 4대 원칙 중 한반도 전쟁 불용과 한반도 무(無)핵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등 세 가지는 1993년부터 중국이 24년째 되풀이하는 주장이다. 여기에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추가됐을 뿐이다.

      특히 '한반도 전쟁 불용'은 말은 당연한 듯 보이나 미국에 대해 노골적으로 대북 군사 옵션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지금 중·러는 추가적 대북 압박을 거부하고 있다. 여기서 미국이 군사 옵션마저 버리면 북한으로서는 장애물이 전부 없어진다. 북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리가 없다. 군사 옵션은 실제로 군사 행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을 압박해 핵을 포기케 할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외교적 해법이 힘을 가지려면 군사 옵션이 뒤를 받쳐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중국이 말하는 한반도 무핵화는 설사 북이 핵을 실전 배치하더라도 한국은 핵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중국과 무엇을 합의했든 이것만은 인정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15일 베이징대 강연에서 "중국과 한국은 근대사의 고난을 함께 극복한 동지"라고 했다. 일제 침략에 함께 맞섰던 중국은 지금의 중국이 아니다. 지금의 중국은 6·25 때 수많은 우리 국군을 살상하고 통일을 가로막은 중국이다. 언제까지나 과거를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의 중국과 새로운 미래를 향해 가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든 국가든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문 대통령의 방중(訪中)이 난징 학살 80년 추념일과 겹친 것은 슬기로운 택일이 아니다. 우리가 일본과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면 불필요하게 상대를 자극할 이유가 없다. 시진핑 주석이 난징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은 대일(對日) 외교를 의식한 것이다. 그런데 직접 당사자 아닌 한국 대통령이 나섰다. 우리는 대일 외교가 필요 없는가.

      청와대는 16일 중국 경호원의 한국 기자 집단 폭행에 대해 "중국 측이 최선을 다해 이 문제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선전기관은 16일 "이번 사건은 한국인(행사 주최 측)과 한국인(기자) 간의 싸움"이라며 "중국 정부의 잘못이 없는 상황에서 절대 사과할 수 없다"고 했다. 언론 자유가 없는 중국이지만 국빈을 수행한 외국 기자가 처참하게 린치당한 사건은 전례가 없다. 중국이 문 대통령을 국빈으로서 정중히 예우하는 자세였다면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 청와대는 17일 "문 대통령은 중국에서 홀대당한 게 절대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친 국민 자존심이 이런 말로 위로받지는 못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방중으로 사드 보복이 철회되고 중국 내 우리 기업의 압박이 해소될 계기가 마련된 것은 성과다. 그러나 이를 얻기 위해 잃은 것이 너무 많다. '한국은 중국 편에 섰다'는 미·일의 의구심은 더욱 커지게 됐다. 그렇다고 중국의 신뢰를 얻어낸 것도 아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한국 문제가 한국 없이 결정되는 참사가 되풀이되지 말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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