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북한에 대한 '전제 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 대해 백악관이 13일(현지 시각)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시점이 아니다"며 제동을 걸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우리는 북한 정권이 근본적으로 태도를 개선할 때까지 북한과의 협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면서 "대화를 위해선 북한이 먼저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향한 진정성 있고 의미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설 의지가 있어야 대화 채널을 열어놓을 것"이라며 "지금은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과 국무부가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제동을 건 것은 이 발언이 북한에 대한 지나친 유화책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전날인 12일 한 토론회 연설에서 "우리는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만, 북한은 (우리가) 다른 선택을 원한다는 생각을 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전향적 자세를 보이면 언제든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백악관과 조율된 발언이었다. 그런데 질의응답 시간에 "날씨 이야기라도 좋다.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자"고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틸러슨 장관의 돌출 제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과 진전된 대화 의지를 밝히려는 의도는 있었지만, '전제 조건 없는 대화'까지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과 북한이 서로 대화를 탐색하고 있는 흔적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4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이미 외교적 루트를 이용해 북한에 '대화를 위한 대화'를 제안했다"며 "서로의 주장을 직접 들어보자는 의미로, 협상을 위한 목적보다는 긴장 완화의 측면이 강하다"고 했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이날 제프리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의 최근 방북과 관련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 계획을 알렸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을 떠보려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