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조어대 인근의 한 현지식당에서 꽈배기 빵인 유탸오와 더우장(중국식 두유)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 첫날인 13일 저녁에 이어 14일 아침도 중국측 인사와 식사 약속을 잡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밥자리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해 이를 바둑의 대국(對局·대쥐)에 비유해 '판쥐(飯局)'라고 부르는 중국에서 국빈 만찬 전까지 문 대통령이 중국측 요인과 밥 한 끼 안 먹고 지나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는 14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문 대통령 내외는 14일 아침 베이징 댜오위타이 인근의 한 현지 식당에서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아침 메뉴 중 하나인 유탸오(油條)와 더우장(豆醬)으로 식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날 조찬에는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가 함께 했다.

유탸오는 밀가루를 막대 모양으로 빚어 기름에 튀긴 꽈배기 모양의 빵으로 중국인들이 즐겨먹는 아침식사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중국식 두유인 더우장에 적셔 먹는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날 조찬 일정에 대해 "베이징 시민들 사이에서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는 등 중국 서민들의 아침 일상을 잠시나마 체험함으로써 마음으로 중국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라며 "중국에서 일상화되어 있는 모바일 결제시스템으로 식대를 결제하며 나날이 발전하는 중국의 핀테크 산업도 체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청와대 설명과 달리, 문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방중 기간 중에 두 끼 연속으로 중국측 요인들을 만나지 못한 점에 대한 우려도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앞서 지난 13일 저녁 때도 별다른 약속없이 댜오위타이에 마련된 숙소에서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방중 첫 일정인 13일 오찬은 재중국 한국인들과 함께 했다. 14일 오찬을 누구와 했는지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하는 14일 만찬 전까지는 중국측 요인과 식사 한 번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는 셈이다.

중국에서는 식사자리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해 이를 바둑의 대국(對局)에 비유해 '판쥐(飯局)'라고도 부른다. 참석자들의 지략이 부딪혀 승부가 갈리고, 중요한 결정이 이뤄지는 냉혹한 현실이 잘 드러나 있다. 판쥐라는 표현은 송(宋)대부터 쓰였지만, 그보다 오래 전 초(楚)와 한(漢)이 대결하던 시기 유방(劉邦)과 항우(項羽)가 벌인 홍문연(鴻門宴)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중국은 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의 오는 15일 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애초 계획한 오찬 면담을 늦은 오후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은 문 대통령과 리 총리가 지난달 필리핀에서 이미 상견례를 한 상황이라 이번에는 오찬 일정을 갖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하고 싶어했지만, 중국측이 늦은 오후로 면담 일정을 통보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리커창 총리는 지난 13일 베이징에 있으면서도 문 대통령을 만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리커창 총리는 13일 베이징에서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관했다. 국유기업의 부채 감축을 강조한 회의로, 신화통신 등 주요 외신에서 이 회의 내용을 보도했다. 베이징을 비우고 지방을 방문 중이라 문 대통령을 만날 수 없었다는 일부 국내 언론의 보도와 달리 리커창 총리가 의식적으로 문 대통령을 피했을 가능성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중국측은 지난 13일 우리측 차관보급에 해당하는 인사인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문 대통령을 공항에서 맞이해 홀대 논란도 빚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방문 때는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공항에 보냈고, 지난달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문 때는 양제츠 국무위원을 공항에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