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딸 밥해주는 아빠… "우린 중2병 몰라요"

    입력 : 2017.12.13 03:02

    22년차 식품MD 김진영씨, 일하는 아내 대신해 식사 준비
    "매일 밥상 차려주다 보니 아이와 대화할 시간 생겼죠"

    김진영(46)씨는 전국 어디서 어떤 식재료가 언제 나오는지 꿰고 있는 22년 차 식품MD(상품기획자). 글 쓰는 요리사로 이름난 박찬일 등 스타 요리사, 유명 요리 연구가들도 새 메뉴를 개발하거나 기존 메뉴를 업그레이드할 때 그에게 식재료 자문을 한다. 음식이라면 훤한 그가 가장 어려워하는 상대는 중학교 2학년인 딸 윤희다. 그는 매일 딸에게 아침과 저녁 밥상을 차려준다. "윤희 입맛이 보통 까다롭지 않아요. 김치 싫어하는 건 기본, 채소는 상추만 먹어요. 국밥 맛있게 잘 먹다가도 대파 쪼가리 하나 나오면 숟가락 내려놔요. 소고기는 최고급도 별로라면서 돼지고기 특히 돼지갈비는 끔찍이 좋아해요. 그러면서도 찌개에 넣고 끓인 돼지고기는 안 먹어요.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입맛이죠."

    김씨는 지난 15년간 딸에게 밥해 먹인 이야기를 엮은 책 '딸에게 차려주는 식탁'(인플루엔셜)을 최근 펴냈다. 식품MD라고 모두 요리할 줄 아는 건 아니다. 가족 식사를 챙기는 건 더더욱 아니다. "거의 매일 밤 포장 업무를 해야 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아내 대신 딸의 끼니와 간식을 맡았어요. 군대에서 취사병 하면서 조리 기본 원리를 배웠죠. 회사 다닐 때는 일찍 일어나 윤희 아침 식사를 준비해놓고 출근했고, 저녁에는 가능한 한 정시에 퇴근해 집에 오자마자 저녁 식사를 준비했어요. 제 사업을 하고 있는 지금도 웬만하면 저녁 약속은 잡지 않아요."

    매일 딸의 아침·저녁 식사를 차려주는 식품 MD 김진영씨는 “밥해주며 대화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쇼핑 카트에서 잠들던 꼬마는 이제 키가 아빠와 비슷한 중학교 2학년생으로 자랐다. 아빠가 해주는 밥을 매일 먹어서인지 손을 스스럼없이 잡을 만큼 부녀 사이가 가깝다.
    매일 딸의 아침·저녁 식사를 차려주는 식품 MD 김진영씨는 “밥해주며 대화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쇼핑 카트에서 잠들던 꼬마는 이제 키가 아빠와 비슷한 중학교 2학년생으로 자랐다. 아빠가 해주는 밥을 매일 먹어서인지 손을 스스럼없이 잡을 만큼 부녀 사이가 가깝다. /이진한 기자·인플루엔셜

    아무리 자식을 위해서라지만 거의 매일 끼니와 간식을 15년 동안 챙기기란 보통 일이 아니었을 터. 김씨는 "밥상 차려주다 보면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교집합이 생겨 좋았다"고 했다. 밥상에서는 딸에게 잔소리를 일절 하지 않는다. 공부 이야기는 물론이고 '이거 먹어라, 저거 더 먹어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편식 걱정 안 해요. 우리도 어려서 안 먹던 거 많잖아요. 크면 다 먹어요. 안달복달할 생각 없어요. 먹기 싫다면 냅둬요. 억지로 먹일 필요는 없어요." '먹어보자'고 살살 꾀는 노력은 꾸준히 한다. 예를 들면 카레 해줄 때는 채소를 다 갈아 넣는다. 윤희가 채소를 좋아하진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 먹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밥을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 "쉬운 음식부터 도전해보라"고 김씨는 권한다. "보통 거창한 요리부터 하려 하거든요. 라면부터 끓여줘 보세요. 사소하더라도 상대의 취향을 안다는 게 중요하거든요. 윤희는 꼬들꼬들한 라면을 좋아해요. 보통 라면은 4분 끓이는데, 저는 3분 끓이고 불 끄고 뚜껑 덮어서 30초 뜸 들여요. 그러면 다 먹을 때까지 면발이 꼬들꼬들해요."

    그는 "실수조차 즐겁게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실패하면 어때요? 실패도 자녀가 나와 함께 놀 수 있는 '거리'가 되잖아요. 그러면서 자녀와 같이 다시 만들어보는 기회도 생기죠."

    김씨는 "윤희는 '중2병' 같은 거 없다"며 "부모와 함께 밥 먹고 대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친구들이 윤희한테 물어본대요. '넌 어떻게 아빠랑 그렇게 친하니?' 그럼 딸이 그런대요. '매일 밥 같이 먹는 사이라서 그래.' 그러면 된 거죠."

    [엄청 쉬운 아빠표 '밥 & 간식']

    ▲달걀 간장 밥
    갓 지은 밥에 달걀 프라이와 간장, 참기름이나 버터만 뿌리면 끝. “밥 짓는 법 모르면 즉석 밥을 데워 사용하셔도 돼요. 달걀 프라이를 일반 식용유 대신 라드(돼지 기름)에 부쳐 보세요. 훨씬 바삭하고 고소해요.”

    ▲설탕 계피 떡볶이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떡을 볶는다. 설탕과 계핏가루를 넣어 떡에 고루 묻도록 버무리면 끝. “아이들이 좋아하는 추러스와 비슷한 맛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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