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칼바람과 전쟁

    입력 : 2017.12.12 03:04

    개폐회식장 북서풍에 무방비… 체감온도 영하 20도 밑돌수도
    총길이 514m 방풍막 두르고 무릎담요·핫팩 전 관중에 제공

    바람 민감한 스키점프도 방풍막… 초속 18m→2.4m로 세기 낮춰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과 주요 경기가 열릴 강원도 평창군 횡계리에선 요즘 눈만 내놓는 패션이 대세다. 스키바지와 털신, 두꺼운 패딩을 장착하고 털모자에 복면형 마스크까지 뒤집어쓴 스타일이다. 평창 북서쪽에서 살을 엘 것처럼 불어오는 '대관령 칼바람'을 견디기 위한 방책이다. 올림픽 개막을 59일 앞둔 지금,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바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외벽 하단이 철제 기둥만 있는 구조인 개폐회식장은 바람이 술술 통과해 추위에 취약하고, 스키점프 종목은 바람이 강할 경우 아예 경기가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람막이 입는 개폐회식장

    기상청은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내년 2월 9일 오후 8시 개폐회식장 인근 기온이 영하 7.7도, 체감온도 영하 14도일 것으로 예보했다. 바람이 강해지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11일 아침 대관령면 최저기온이 영하 13.2도였는데,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23.5도까지 떨어졌다. 1990년대 대관령에선 초속 34m 강풍이 분 적도 있다.

    5각형인 개폐회식장 외벽은 공기가 술술 통하는 구조다.
    5각형인 개폐회식장 외벽은 공기가 술술 통하는 구조다. 내년 2월 9일 개막 행사 때 강풍이 불면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조직위는 본부석(초록 지붕)을 제외한 4면에 폴리카보네이트 재질 방풍막을 덧댈 계획이다. /고운호 기자
    내년 개회식을 찾을 관중은 애초 평창의 강풍을 대책 없이 맞아야 했다. 개폐회식장은 뚜껑이 없고, 1층과 2층 사이의 복도가 외벽 없이 뻥 뚫려 바람이 자유롭게 관통하는 구조다. 5각형인 개폐회식장의 본부석(동남면)은 바람이 주로 불어오는 북서쪽을 보게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올림픽 방송 시스템 작업을 하고 있는 영국인 개리 암스트롱(52)씨는 "바람 때문에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다. 추워도 너무 춥다"고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조직위는 개폐회식장 외부에 투명 방풍막을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작업을 시작했다. 높이 3.5m, 총길이 514m의 방풍막으로 본부석 쪽을 제외한 4면을 두른다는 것이다. 방풍막은 고속도로변의 방음막과 비슷한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이다. 조직위는 또 관중석 꼭대기 뒤쪽에도 1.2m 높이의 방풍용 천을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관람객용 LPG 히터를 40대 놓고, 난방 쉼터도 6군데 둘 계획이다. 우의, 무릎담요와 핫팩 패키지(손·발·방석)로 구성된 '방한 5종세트'도 전 관중에게 제공한다. 그야말로 '바람과의 전쟁'이다.

    ◇스키점프 방풍막도 필수 시설

    스키점프는 선수들이 공중에 떠서 90m씩 날아가는 종목이다. 바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는 선수들이 출발지점에서 북동 방향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구조다. 왼쪽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에 노출돼 있다. 이를 그대로 맞으면 선수들은 제 실력을 펼치지 못하고 심하면 다칠 수도 있다.

    평창올림픽 스키점프대의‘바람 취약 지점’은 사진 기준으로 오른쪽과 뒤쪽이다.
    평창올림픽 스키점프대의‘바람 취약 지점’은 사진 기준으로 오른쪽과 뒤쪽이다. 사진상 왼쪽보다 오른쪽 부분에 방풍막이 넓게 설치돼 있는 이유다. 실제 스키점프대를 내려오는 선수들은 몸 왼쪽에서 강한 바람의 힘을 느끼게 된다(그림). /연합뉴스
    2009년 이곳에서 열린 대회에서 미국 선수가 갑자기 분 바람에 중심을 잃고 추락한 적이 있었다. 이 사건 이후 FIS(국제스키연맹)는 평창 조직위에 선수 보호용 방풍막 설치를 요청했고, 강원도개발공사가 지난해 11월 공사를 마쳤다. 현재 스키점프대에 설치된 방풍막은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 더 넓게 펼쳐진 비대칭 형태다. 조직위는 "스키점프 방풍막은 초속 20m의 바람에도 견딜 수 있고, 바람 세기를 30%까지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테스트 이벤트(FIS 월드컵) 때 실전 배치된 방풍막은 경기장 외부에서 초속 18m로 부는 바람을 경기장 안에서 초속 2.4m의 세기로 약화시켰다. 스키점프에선 초속 3m 바람이 불면 경기를 중단하고, 초속 5m면 아예 취소한다. 스키점프 센터는 올림픽 때도 방풍막의 감풍(減風)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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